◇종전의 설계자들/하세가와 쓰요시 지음·한승동 옮김/720쪽·3만3000원·메디치미디어
저자는 이 3일의 시간에 주목했다. 그의 말대로, 전쟁 막바지는 미국, 소련, 일본의 국익을 위한 암투의 장이었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가 일본을 항복하게 만들었다는 기존 미국 중심의 역사 인식에 반기를 들며, 스탈린이 전쟁의 주역이었다고 주장한다. 소련 붕괴 뒤 공개된 기밀문서와 미국 문서보관소의 자료, 일본 관료 및 군인들의 증언을 통해 전쟁의 끝과 냉전의 시작을 담아냈다.
“스탈린은 소련에 의지해 전쟁을 종결하려 했던 일본의 바람을 소련의 국익 추구를 위해 마키아벨리처럼 이용했다. 한편으로 스탈린은 미국 지도자와 치열한 각축을 벌이면서 소련을 따돌리려는 미국의 정책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전쟁의 과실을 소련과 나누고 싶지 않았던 미국, 소련의 중립 선언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 그 속에서 스탈린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참전을 결정했고 얄타에서 약속받은 이권을 챙겼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