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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4박5일 베트남 방문, 화려한 입성 씁쓸한 귀국

입력 | 2019-03-02 06:04:00

비핵화 협상에 몰두했으나 '하노이선언' 불발로 귀결
외교 일정만 최소한으로 수행하고 귀국 일정 앞당겨
'영변 폐기-제재 완화' 카드 물거품…고심 깊어질 듯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민을 한가득 안고 귀국하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영변 핵시설의 가치에 대해 현저히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 수 있을지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하노이 바딘광장 인근에 있는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묘 방문을 끝으로 공식일정을 마친 뒤, 베트남-중국 접경지역의 동당역에서 전용열차에 올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엿새 전 김 위원장은 화려하게 하노이에 입성했다.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65시간 열차 대장정 이벤트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하노이에서도 전날 깜짝 야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기자들이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동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숙소 앞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 첫날 북한대사관을 잠깐 방문한 뒤 별다른 외부일정 없이 호텔 안에서 비핵화 실무협상 결과를 보고받으며 회담 준비에 매진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첫날인 27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교만찬 외에 다른 공개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는 핵 담판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대신 김 위원장의 경제·외교 참모들이 관광도시인 하롱베이, 완성차 공장이 있는 하이퐁 등 인근 도시를 시찰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 이후 이곳들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메트로폴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60일 만에 재회했다. 북미 정상은 약 2시간20분에 걸친 환담, 단독회담, 친교만찬에서 신뢰와 우의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훌륭한 결과를 확신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첫 회담보다 더 성공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만찬 분위기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더했다.

28일 오전 두 정상은 본격적인 핵 담판을 벌이기 위해 메트로폴호텔에 다시 모였다.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노이 공동선언이 주목됐다.

그러나 북미 정상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은 보류한 채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두 정상이 회담을 시작한 지 4시간30여분 만이었다.

북미는 각각 회담 무산 배경에 대해 장외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미국이 영변 외 추가적인 비핵화를 할 것을 고집했다고 맞섰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하노이 정상회담이 양 측 입장의 간극을 확인하며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자, 김 위원장의 이후 베트남 일정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외교 관례상 일정을 취소할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초 1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고, 2일 오전에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을 면담한 뒤 오후에 귀국할 계획이었다.

이런 일정은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나씩 앞으로 당겨졌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 면담 일정을 1일 오후에 모두 소화했다. 북한 지도자가 베트남을 방문하기는 54년 만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표정은 대체로 무거웠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선언’을 안고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빈손으로 귀환하게 됐다.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고는 밝혔지만 ‘영변 폐기-제재 완화’ 카드가 물거품이 되면서 김 위원장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