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호주와 한국에서 LG 트윈스가 저지른 ‘날갯짓’은 나머지 9개 구단 스프링캠프 전역에 바람을 일으켰다.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자키의 KBO리그 팀들은 물론 야구계 전반에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LG의 2월은 악몽이었다. 시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었다. 호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LG 선수 가운데 차우찬, 오지환 등 3명을 카지노에서 봤다는 내용이었다. 소액으로 카지노를 즐기는 것이 실정법상 처벌 대상은 아닐지 몰라도 KBO 규약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LG는 사건이 알려진 이튿날, 이를 곧바로 시인했고 KBO도 즉각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KBO는 지난달 18일 해당 선수들을 엄중 경고하는 동시에 LG에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500만 원 제재금을 부과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카지노 징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4일, 윤대영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드러났다. LG는 23일 호주 1차캠프에서 귀국해 25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하는 일정이었다. 사실상 사고를 날 수 잇는 ‘유일한 날’에 일이 터졌다. 비록 윤대영이 2차 캠프 명단에서 이미 탈락했다지만 이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LG는 윤대영을 임의탈퇴 했고 KBO도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최근까지도 스프링캠프 기간 파친코는 흔한 풍경이었다. 사실 일본으로 캠프를 떠나는 팀이 많다보니 카지노보다 일본의 파친코가 더 익숙했다. 스프링캠프는 대개 3일턴(3일 훈련-1일 휴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휴식일 전날인 3일차 훈련을 마친 뒤 시내로 이동해 가볍게 맥주 한두 잔 마시거나 파친코를 즐기는 건 선수들의 낙이었다. 하지만 LG의 연이은 처사가 경종을 울렸다. 이제 파친코에 가는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연예전문매체가 LG 사건 직후 오키나와를 급히 찾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이제 선수들은 조금 더 건강하게 휴식을 즐긴다. “비흡연자라 담배 냄새가 자욱한 파친코는 애초에 싫었다”는 선수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KT 위즈의 젊은 선수들은 숙소에서 ‘축구게임 토너먼트’를 펼친다. 콘솔게임기를 미국까지 가져갔고, 쉬는 날이면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지난달 중순에는 이강철 감독 이하 전 선수단이 관광지 세도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SK 와이번스 역시 선수단끼리 온라인 야구게임 토너먼트를 여는 등 게임을 통한 휴식이 각광받고 있다.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낚시를 즐기는 이들은 물론 숙소 인근의 공터에서 농구를 즐기는 선수들도 있다.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LG는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제2, 제3의 LG가 나온다면 이들을 넘어 야구계 전체에 타격이다. LG를 타산지석 삼아 변화하는 캠프 풍경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