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나서기전 상황 진단 주력… 文대통령 4일 NSC전체회의 주재 이도훈 이번주 방미 美분위기 파악…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4일 中日러 등 주요국 대사 인선, 7일 전후 예정대로 개각 단행
지난해 말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세운 올해 국정 방향의 양대 축은 ‘경제’와 ‘남북 평화’였다. 상반기에 민생 경제 활력을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는 한편 비핵화 협상의 타결을 이끌어 내 하반기에는 남북 경제협력의 구체적 성과물이 국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북-미 담판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청와대의 이런 구상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적극적 중재자를 재천명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하노이 담판이 무산된 뒤 문 대통령의 첫 관련 행보다.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정경두 국방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안보라인 최고위급 인사가 대부분 참석한다.
동시에 청와대는 남북, 한미 간 물밑 채널도 재가동한다. 이번 주 방미에 나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통해 백악관의 생각을, 국정원 및 비공식 채널을 통해 평양 분위기를 파악하겠다는 것. 김 대변인은 “그렇게 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린 뒤 대통령의 행동을 어떻게 할지 다시 한 번 계획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5월 판문점과 같은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북 비밀 특사 파견 가능성도 나온다.
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비핵화 기조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놓고 북-미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부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하노이 노딜’ 후폭풍으로 비핵화 협상이 다시 장기전으로 접어든 만큼 청와대는 국내 현안에 정상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당장 청와대는 집권 중·후반부 내각을 구성할 개각도 7일 전후 예정대로 단행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개각 시점에 대해 “주 후반부쯤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4일 단행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대사 인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우방국들의 계속된 지지와 공조를 재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민생 경제 행보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단기간에 결판이 날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됐다”며 “국내 현안 및 정상 외교 등 당면한 일정을 소화하며 비핵화 구상을 재수립하는 시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