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무대 체험기
“찔러라 때려라 죽여라.” 2일 열린 서울시합창단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공연에서 일본 순사들이 옥중 투쟁하는 유관순과 동료들을 탄압하는 장면. 무대 뒤쪽으로 공연에 참여한 시민합창단 70명이 서 있다. 작은 사진은 시민합창단 중 한 명으로 공연하는 이상연 기자(가운데).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1운동 100주년 기념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공연이 열린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이 오르길 기다리는 합창단 120명 속에 기자가 섰다. 120명의 하모니를 깨는 1명이 될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심장이 죄어들었다.
5주 전, 서울시합창단 50명과 함께 노래할 시민합창단 70명을 뽑는 오디션을 취재하기 위해 지원했다가 덜컥 붙어 버렸다. 탈락자도 50명이나 됐다.
한데 첫 연습부터 좌절을 맛봤다. ‘유관순 칸타타’를 만든 이용주 작곡가가 악보를 돌리는가 싶었는데 갑작스레 피아노 반주가 시작됐다. 기자가 첫 음이 ‘시’라는 것을 알아낸 사이 합창이 시작됐다. 단원들은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그리고 알토의 다섯 파트를 정확히 표현했다. 풍만한 화음이 연습실을 채우자, 작곡가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상기됐다. ‘시민들’이라더니 알고 보니 “대학 동문합창단 선배가 권유해서”, “교회 성가대 정도나 해 봤고”, “중창단에서 활동 조금 했다”는 사람들. 서울시 자치구별로 합창단이 있을 정도로 아마추어 합창이 유행이라는 공연 담당자 말이 실감났다.
그렇지만 120명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기란 쉽지 않았다. 음이 틀리고, 동작이 틀려 중단되기를 반복했다. 실제 공연은 악보 없이 해야 해 스무 곡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 것도 어려운데 한 번 틀리면 119명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기자는 홀로 연습에 돌입했다.
살면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민합창단은 공연에서 “만세”를 199차례 외친다. 연습 때 태극기까지 흔들며 수천 번 만세를 부르다 보니 3·1절 당시 조선의 백성 10명 중 1명이 참여했던 3·1운동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5주가 지나고, 드디어 공연일, 3000석 규모 대극장 무대에 섰다. 1층 관객들의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몸이 더 굳었다. 엉뚱한 부분에서 혼자 만세 동작을 하고 말았다. 옆 단원까지 덩달아 나를 따라 하게 만들었다. 석고대죄하고픈 심정이었다.
합창은 끝났지만, 숙제는 아직 남았다. 우리 모두에게.
이상연 채널A 기자 love8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