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여성들, 배란 돕는 주사제… 4∼8주간 매일 맞아야 하지만 직장 근처에 전문병원 드물고 동네병원들은 시술 거부 일쑤 “보건소서 맞게 해달라” 요구 거세
난임 여성들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앞서 4∼8주가량 배와 엉덩이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배에 놓는 주사는 배란을 돕는 과배란 유도제다. 이 주사는 그나마 투약이 쉽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혼자 화장실에서 주사를 놓기도 한다. 유튜브에는 주사 투여법을 소개한 영상이 여럿 올라와 있다.
문제는 수정란의 착상을 돕는 포로게스테론 주사다. 이는 엉덩이에 놓는 근육주사여서 스스로 투여하기가 어렵다. ‘돌주사’로 불릴 만큼 엉덩이가 딱딱하게 굳어 고통이 심하고 잘못 놓으면 자칫 하반신 마비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난임 치료 병원이 가까우면 상관없지만 멀다면 난임 치료 병원에서 발급한 주사 의뢰서를 들고 주사액을 구입한 뒤 동네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난임 전문 병원 71곳 중 29곳은 강남구와 송파구 등 5개 구에 몰려 있다.
‘주사 난민’ 처지인 난임 여성들은 접근성이 좋아 직장 여성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놓아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놓는 데 대한 찬반 의견을 묻자 한 달여 만에 5000여 명이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달 중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치구 차원에서 난임 여성의 요구를 반영해 자구책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서울 성동구보건소는 지난달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지역 내 병원 12곳을 홈페이지에 공지해 지역 난임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일선 의료기관에서 타 의료기관의 처방을 시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난임 여성들의 불편이 큰 만큼 일선 보건소와의 업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