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년 ‘세대수당’ 서로 부정적

동아일보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 10명과 맞은편 어학원에서 나오는 대학생 등 청년 10명에게 각각 청년수당과 어르신수당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논란의 중심, ‘세대 수당’
청년수당은 2016년부터 시행 중이다. ‘주 30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나 취업준비생, 중위소득 150% 미만의 만 19∼29세’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을 2개월에서 6개월까지 지급한다. 지난달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청년수당을 소득 제한 없이 ‘청년 기본소득’ 형태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 노년층, “청년들, 배고프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60∼80대 노인 10명 중 6명은 현행 청년수당에 반대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최재학 씨(80)는 “청년들이 정말 배고프다면 중소기업이나 하다못해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공사판에 왜 못 가느냐”며 “일을 안 해도 돈을 받을 수 있으면 버릇이 나빠질 것 같다”고 했다. 문승권 씨(85)는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모집해 단체로 교육을 시키거나 일을 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송경준 씨(67)는 “그 돈으로 건강한 청년들보다 송파구 세 모녀처럼 취약계층을 도와주는 게 우선일 것 같다”며 반대했다.
○ 청년들, “어르신수당, 재정 부담만 막대”
20, 30대 청년들 역시 어르신 수당에 7 대 3으로 반대 의견을 보였다.
대학생 최주연 씨(24)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의료비와 생활비일 텐데 현재 비용에 10만 원을 보탠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원호 씨(26)는 “술이나 담배 같은 기호식품 소비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라리 기초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을 더 사들여 지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위예지 씨(26·여)는 “한 번 주기 시작한 돈은 되돌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더 늘어날 뿐”이라고 우려했다. 진효은 씨(23·여)는 “노인에게는 현금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지만 65세보다는 연령을 높이고 소득분위도 낮추는 게 분배 효과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의 어르신수당에 대해 노인 10명은 5 대 5로 찬반이 나뉘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강민구 씨(73)는 “소득 없는 노인들에겐 한 푼이 아쉽다. 재정 여유가 있는 자치구는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재열 씨(79)는 “서울시청 1층 재정 상황 전광판만 봐도 빚이 어마어마한데 너도나도 달라고 하면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반대했다.
서울시의 현행 청년수당에 대한 청년 10명 역시 5 대 5로 의견이 갈렸다. 직장인 윤지민 씨(29·여)는 “조금이라도 나라에서 혜택을 받는다면 취업한 후 세금 낼 때 거부감도 덜할 것 같다”고 했다. 이은영 씨(22·여)는 “학원이나 국가 교육 수강비 할인 같은 정책 효과가 더 확실하다”며 반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