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후 野 반발 ‘우려’…혐의법관 기소여부도 ‘관건’
법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적폐판사 47인 탄핵촉구 대학생행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8.12.8/뉴스1 © News1
여야가 4일 우여곡절끝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농단 의혹 법관을 탄핵 소추할 명단을 당분간 공개하기 어려울 모양새다.
민주당이 법관 탄핵안을 발의할 경우 이를 의결할 수 있는 본회의를 이젠 열 수 있게 됐지만, 야당 반발을 우려해 명단을 선뜻 공개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법관 탄핵안을 발의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현재 탄핵 소추에 찬성하고 있는 민주당(128석)과 정의당(5석)의 의석수를 합할 경우 발의는 할 수 있지만 의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은 지난해 12월 탄핵 소추할 법관 명단을 실무선에서 추리면서, 명단 공개를 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이어 지난 2월엔 정의당이 총 10명의 법관 탄핵 명단을 밝히면서 민주당 역시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보였지만 끝내 현실화되지 않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명단 공개를 하지 못한 이유로, 판사들이 자진 사직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현직 판사가 탄핵을 당하면 5년 간 변호사 개업이 제한되지만, 탄핵 절차 전 사직할 경우 탄핵 대상에서 제외돼 개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 안팎에선 명단 공개로 인해 야당의 반발이 더 커질 경우 소추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을 염려해, 계속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탄핵 소추에 대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명단 공개가 야당의 반발을 더욱 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법관들을 탄핵할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역시 탄핵 소추가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 커다란 정치적 이슈를 두고 공방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집권여당이 법관 탄핵 명단을 공개해 괜한 쟁점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법관 탄핵 소추 논의를 이끌어 온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앞서 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과 만나 탄핵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과의 법관 탄핵 논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평화당 등 야당과의 물밑 협의를 계속 이어가면서 탄핵 소추 가능성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주 사법농단 혐의에 연루된 법관들이 기소돼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민주당이 명단을 깜짝 공개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기소로 인해 사법 농단 법관에 대한 여론의 관심 역시 높아지게 되면, 민주당이 명단을 공개해 야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홍 원내대표가 오는 5일 자당 법사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 예정인 만큼 명단 공개와 관련된 논의 역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