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수출활력 제고 대책에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지원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무역금융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최근의 무역거래는 대부분 외상거래로 이뤄진다. 계약을 체결한 후 수출자가 물품을 선적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입자가 대금을 지불한다. 수출자에게는 탐탁지 않을 수 있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무튼 수출자 입장에서는 물품을 떠나보내고 대금이 회수되기까지 ‘자금 융통’이 일시 정지되는 꼴이다. 하물며 수입자의 대금 지급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거나 수출기업의 부채 부담이 높으면 수출기업은 대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계약이나 거래 진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과 같이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이중고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지원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건이 심사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금융기관이 수출기업을 믿고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신 부담한다는 기본 정신이다. 금융기관이 해가 떠있을 때 우산을 주고 비올 때는 도리어 빼앗아 간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경우라면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우산을 걷어가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일시적 신용 경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뒷받침해 준다면 기업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지켜내고 궁극적으로 국가 차원의 수출 증가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