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회정보위 보고
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대화가 아닌 ‘새로운 길’에 나설 수 있다고 북측이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저강도 도발 준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서훈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5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보위원들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여야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국정원은 “최근 들어 동창리 미사일 시설 중 지붕과 문짝을 다시 달고 있다”며 “북한이 전문가 참관하에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과 동시에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곳으로, ICBM인 ‘화성-15형’에 탑재한 ‘백두산 엔진’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징후를 포착한 시점은 하노이 회담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다른 북한 핵시설 동향과 관련해서는 영변 핵단지에 있는 5MW(메가와트)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가동이 중단됐으며, 재처리 시설 가동 징후는 없다고 보고했다. 풍계리 핵실험장도 지난해 5월 폭파 행사를 벌인 뒤 갱도가 방치된 상태로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정보위원들은 밝혔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5일 평양에 복귀한 뒤 이번 회담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전략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여 (대화 및 협상) 복귀 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원의 빅딜 추진에 한국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협상에서 99가지가 합의돼도 나머지 한 개에 합의하지 못하면 전체 100가지 합의가 무산된다”고 답변했다.
한편 국정원은 서 원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임에 임명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고 정보위원들은 전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