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선장 진술…해경 "사실관계 확인 중" 선장 음주 여부와 시점 쟁점…법적 공방 '불가피'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혐의로 구속된 러시아인 선장에 대한 해경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어떤 법적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해경은 광안대교 충돌 사고를 낸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 선장 A씨(43·러시아인)를 업무상과실(선박파괴)과 업무상과실치상, 해사안전법위반 위반(음주운항)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40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로 부산 남구 용호항 화물부두에서 출항한 뒤 인근 계류장에 정박 중이던 요트 등 선박 3척을 들이받고, 광안대교 교각을 충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러시아인 선장의 음주 여부와 시점이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사고가 난 후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심장 통증을 낮추기 위해 코냑을 마셨다며 음주운항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A씨 진술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음주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혈중 알코올농도 파악하기 어렵다. 수사 당국은 사고 발생 이후에라도 혈중 알코올농도를 파악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한다. 섭취한 알코올의 양/(당사자의 체중 X 성별에 따른 계수)‘가 위드마크 공식이다. 해경은 위드마크 공식을 역산해 A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조타사가 조타기를 잡았지만, 조타실 등 선박 운항에 관한 모든 책임이 선장에게 있는 만큼 선장이 술을 마신 사실만으로도 음주운항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씨는 또 1차 요트사고 당시 “요트와 어선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안대교 쪽으로 향했다”며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와 교신해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경 조사 과정에서 거짓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선박은 출항 3~4분 뒤인 오후 3시40분께 정박돼 있던 다이아몬드베이 마이더스호 722호와 725호 등 요트 2척과 바지선 일부를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부산항 VTS를 통해 씨그랜드호를 호출한 뒤 사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때까지 러시아 선박은 VTS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다.
오후 4시께 부산항 VTS가 러시아 선박에 마이더스호 725 충돌 여부를 두 차례 묻자, “맞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2분 뒤 “문제없다. 충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부산항VTS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마이다스 725호 선장은 “우현선미 침수로 안전지역에서 배수 작업이 필요하고, 자력 이탈이 불가능하다”며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해경은 요트를 안전구역으로 옮겼다.
특히 선장이 대형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인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제기될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낮추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손해배상과 관련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수위를 최대한 낮춰야하기 때문이다.
해경은 선장 A씨의 음주운항 여부 등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확보한 시그랜드호 VDR(항해기록저장장치)과 폐쇄회로(CC)TV를 계속 분석하는 한편, 충돌흔(페인트)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의뢰 하는 등 수사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장 A씨는 국내법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음주운항의 경우 해양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과실선박파괴 행위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예인선 미사용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