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택시운전사’ 김사복·힌츠페터 39년만의 재회 가능할까?

입력 | 2019-03-06 11:38:00

옛 5·18묘역 지정된 안장 장소는 화장실 옆…“부적절” 지적
김사복씨 유족 “4~5월 이장 예정이지만 화장실 이전했으면”



광주 망월공원묘지(구 5·18묘역)에서 열린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념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故 위르겐 힌츠페터씨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이다. 2016.5.15/뉴스1 © News1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 김사복과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39년 만의 재회가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고인은 유족의 뜻에 따라 5·18 구 망월묘역(5·18 사적지 24호)에 안장된 힌츠페터 옆에 묻힐 예정이지만 안장 장소가 묘지로써 부적절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고 김사복씨의 아들인 김승필씨(60)는 6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가 5·18 민중항쟁 39주년 행사인데, 4월 또는 5월 안에 이장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인은 경기도 양주시 청량리성당 묘지에 안장돼 있는데, 5·18 행사 기간인 5월에 이장을 하면 혹여 5월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까 하는 우려 때문에 되도록이면 4월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인은 구 망월묘역 입구 기준 오른쪽에 있는 독일 기자 힌츠페터 기념정원에 안장될 전망이다.

힌츠 페터는 5·18 당시 고인의 도움을 받아 광주의 참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렸으며, 죽은 뒤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에 따라 머리카락과 유품 등이 구 망월묘역에 안장됐다.

앞서 지난해 말 광주시와 추모연대, 5월 관련단체 등으로 구성된 ‘5·18 구묘역 안장 TF팀’은 심의를 통해 김사복의 안장 건을 승인했다. 이 ‘TF팀’은 안장 승인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은 안장 장소에 대해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 안장 장소는 공식 묘지 공간이 아닌 묘역 화장실과 광주시립묘지관리소를 가는 길목으로, 화장실에서 불과 3~4m 안팎 떨어진 곳이다.

구 망월묘역은 민주화의 성지로, 목숨을 바쳐 광주의 진실을 알린 고인의 값진 희생을 저버린 결과라는 얘기다.

추모객들도 힌츠펜터 기념정원이 화장실 옆에 조성된 것을 본 뒤 “말도 안 된다. 안장 장소를 옮겨야 한다”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구 망월묘역이 이미 만장 상태로, 이장된 묘 이외에는 묘지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는 나도 광주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조만간 아버님을 힌츠펜터 옆에 모시려는데, 자식된 도리로 화장실 옆에 안장할 수 있겠느냐”라며 “만약은 없어야 한다. 힌츠펜터 옆에 안장돼야 하고 장소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을 이전한 뒤 힌츠페터 기념정원에 아버지를 안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