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5·18묘역 지정된 안장 장소는 화장실 옆…“부적절” 지적 김사복씨 유족 “4~5월 이장 예정이지만 화장실 이전했으면”
광주 망월공원묘지(구 5·18묘역)에서 열린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념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故 위르겐 힌츠페터씨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이다. 2016.5.15/뉴스1 © News1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 김사복과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39년 만의 재회가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고인은 유족의 뜻에 따라 5·18 구 망월묘역(5·18 사적지 24호)에 안장된 힌츠페터 옆에 묻힐 예정이지만 안장 장소가 묘지로써 부적절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고 김사복씨의 아들인 김승필씨(60)는 6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가 5·18 민중항쟁 39주년 행사인데, 4월 또는 5월 안에 이장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구 망월묘역 입구 기준 오른쪽에 있는 독일 기자 힌츠페터 기념정원에 안장될 전망이다.
힌츠 페터는 5·18 당시 고인의 도움을 받아 광주의 참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렸으며, 죽은 뒤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에 따라 머리카락과 유품 등이 구 망월묘역에 안장됐다.
앞서 지난해 말 광주시와 추모연대, 5월 관련단체 등으로 구성된 ‘5·18 구묘역 안장 TF팀’은 심의를 통해 김사복의 안장 건을 승인했다. 이 ‘TF팀’은 안장 승인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은 안장 장소에 대해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 안장 장소는 공식 묘지 공간이 아닌 묘역 화장실과 광주시립묘지관리소를 가는 길목으로, 화장실에서 불과 3~4m 안팎 떨어진 곳이다.
추모객들도 힌츠펜터 기념정원이 화장실 옆에 조성된 것을 본 뒤 “말도 안 된다. 안장 장소를 옮겨야 한다”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구 망월묘역이 이미 만장 상태로, 이장된 묘 이외에는 묘지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는 나도 광주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조만간 아버님을 힌츠펜터 옆에 모시려는데, 자식된 도리로 화장실 옆에 안장할 수 있겠느냐”라며 “만약은 없어야 한다. 힌츠펜터 옆에 안장돼야 하고 장소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을 이전한 뒤 힌츠페터 기념정원에 아버지를 안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