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만기 1개월 남았는데 재판부 변경…석방 불가피 실리적으로 ‘가택연금’ 선택…법정구속 가능성 여전
수감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2019.3.6/뉴스1 © News1
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78)의 보석청구를 인용한 건 석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실상 ‘가택연금’을 하는 최대한 실리적인 선택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석방됐지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다시 법정구속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6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이 신청한 보석청구를 인용하면서 “구속만기까지 충실한 재판을 마치기 어려우므로 임의적 보석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사건은 김인겸 부장판사(현 법원행정처 차장)를 중심으로 한 재판부가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지금의 재판부로 변경됐다. 오는 4월8일 만료되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까지 1개월쯤 남겨둔 시점이었다.
실제로 재판부도 “구속만기일에 판결을 선고한다 해도 재판부에게는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채택한 증인 중 심리를 마치지 못한 증인의 숫자를 감안하면 구속만기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을 늘리는 방법이 있긴 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새로운 혐의를 추가로 기소한 후, 법원이 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다. 2017년 10월 구속만기로 인한 석방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로 인해 구속기한이 6개월 더 늘어났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의 ‘무소불위 기소권’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혐의를 쟁여놓고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활용하는 검찰의 나쁜 관례가 대통령 사건에서까지 나온다는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더군다나 기소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새 혐의로 기소한다는 건 누가 봐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이 때문에 법원은 이날 재판부의 언급처럼 “(4월8일) 구속만기로 석방하고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이날 보석으로 석방한 후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기로 석방되면 오히려 완전히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돼 주거제한이나 접촉제한 등을 고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석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아예 무방비로 풀어주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조건을 붙이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주거지가 논현동 사저로 제한되고 외출도 할 수 없다. 병원 진료가 필요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외출제한이 준수되는지 경찰에 하루에 한 번씩 확인받아야 한다.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배우자와 직계혈족, 변호인 등으로 제한됐다.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SNS 등 통신 이용도 불가능하다.
사실상 가택연금인 셈이다.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기존 구속영장의 효력은 계속 유지되기에, 이 조건들을 어긴다면 이 전 대통령은 언제든지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치소로 돌아와야 한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만큼,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된다면 상당한 중형이 불가피하다. 보석신청이 인용돼 석방됐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면 보통은 그 즉시 법정에서 구속된다.
어디까지나 법원의 인사 변경에 따른 재판 진행 문제상 어쩔 수 없는 석방이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실형이 선고될 경우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구속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재판부가 “구속만기로 석방할 경우 주거·접견을 제한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인멸의 염려가 더 높다”고 말한 점도 눈길을 끈다.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고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의 언급과 접견·통신제한을 상당히 촘촘하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