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공해대책기본법 제정 1990년대부터 시민들의 법적 투쟁 이어져 2001년 '노 디젤' 법 강화
우리나라가 자욱한 미세먼지의 ‘지옥’속에 빠져있을 때도 일본의 하늘은 파랗고 투명했다. 일본 기상청도 매일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예보하고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지역별 농도를 알려주고 있지만 이를 확인해 보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미세먼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일본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낀 사람을 자주 볼 수있지만, 이는 미세먼지 때문이 아니라 꽃가루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미세먼지가 화제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6일 낮 12시 서울의 미세먼지는185㎍/㎥, 초미세먼지는 125㎍/㎥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일본 기상협회에서 확인한 도쿄의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32.49㎍/㎥로 나타났다. 도쿄의 1일 평균치는 21.84㎍/㎥로 6일은 평균치보다 1.49배 증가한 수치였다. 일본은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에 관심이 많고 기상청 예보와 자료도 주로 초미세먼지로 나온다.
초미세먼지 농도의 한일 간 차이는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의 도시별 대기질지수(AQI)에서도 드러난다. 6일 낮 12시 AQI는 서울 마포구 198, 부산 사상구 183이었다. 도쿄는 시나가와(品川)구 다카나와(高輪) 지역이 97, 신주쿠(新宿)구 신주쿠교엔(新宿御苑)이 102로,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OECD 국가의 초미세먼지 100위 도시에 한국은 44곳이 포함된 반면 일본은 한곳도 없었다.
미세먼지의 이동상황을 보여주는 일본 기상청 사이트를 보면 중국쪽에 있는 미세먼지 덩어리가 점차 퍼져나가면서 한국을 덮은 뒤 흩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세먼지도 무게가 있는 만큼 날아가면서 가라앉고 일본까지 도달하는 양은 매우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그나마 바람이 세게 불 때는 일본까지 가는 미세먼지 양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바람 때문에 흩어진다는 것이다.
바람이 약하면 일본까지 오는 양 자체가 적고, 바람이 세면 흩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 섬나라라 비교적 바람이 많은 것도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는 한 이유로 설명된다. 한반도가 일본에는 미세먼지의 차단벽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일본의 대기질이 좋은 것이 단순히 지리적 요인만은 아니다. 일본도 국내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애써왔다.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 들어선 일본은 1970년대 후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했다. 1970년대 도쿄의 하늘은 뿌옇고 당시 도쿄 시민들은 지금의 한국인들처럼 화내고 걱정했다고 한다.
1967년 공해대책기본법을 제정한 일본 정부는 공장 굴뚝의 연기 배출 상한 규제, 자동차 배출 가스 규제 등을 입법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대기 질 관리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2001년 환경성(省)을 만들어 산업화에 따른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에 대한 대책도 강구했다. 이 해에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 현저한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의 대도시 지역에서 경유 자동차(승용차, 트럭, 버스, 특수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으로 ‘NO디젤법’을 개정했다. 2005년에는 규제 대상에 농업용 콤바인, 불도저 등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2000년대 10년 동안 경유차가 절반이나 감소했다. 현재 일본의 경유차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작년말 기준 42.8%이다.
결국 일본이 미세먼지의 청정지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 요인과 함께 정부와 민간의 다각적인 노력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