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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란듯… 김정은, ICBM 만들고 쏘는곳 ‘계산된 노출’

입력 | 2019-03-07 03:00:00

[비핵화 먹구름]北, 다시 움직이는 ICBM 양대축




‘38노스’가 공개한 지난해 7월 22일 북한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왼쪽 사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한 달여 만에 엔진시험용 발사대 상부 구조물과 연료·산화제 벙커가 해체돼 있다. 하지만 3월 2일 위성사진에는 발사대 상부 구조물이 재조립돼 있고, 크레인과 트레일러 등 복원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워싱턴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 등이 5일 위성사진을 통해 공개한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상황은 전날 국가정보원이 밝힌 것보다 더 구체적이다. 국정원의 설명처럼 미사일 시설에 ‘지붕과 문짝’을 다는 정도를 넘어 일부 해체됐던 부속 건물이 재건되고 있는 것. 국정원은 북한 중장거리미사일의 ‘총본산’인 평양시 외곽의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도 물자 이동 정황을 포착했다고 국회에 비공개로 보고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 치적인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한 방에 무력화할 수 있는 카드로 ‘하노이의 굴욕’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ICBM 발사장에 대형 크레인 2대 설치

5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38노스는 2일 촬영된 동창리 발사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북한이 해당 시설의 ‘재건(rebuilding)’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CSIS는 “하노이 회담이 종료된 지 불과 이틀 후인 (2일에도) 해당 (복구) 움직임이 취해졌다”라며 “제재 해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북한이 미국에 맞서 일종의 결의를 보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7월 부분적으로 해체됐던 ‘궤도식 로켓 이동 건물’이 재건됐다. 이 건물은 미사일을 조립한 뒤 이를 싣고 발사대까지 철로식 궤도를 따라 이동시키는 구조물로 미사일 실험을 위한 핵심 시설. 또 건물 주위로는 대형 크레인 2대가 설치됐고 외벽이 지난해 7월 해체 이전보다 더 높아지는 등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수직 엔진시험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38노스에 따르면 지난해 완전히 제거됐던 시험용 발사대 상부구조물이 재조립됐으며 엔진시험장의 연료·산화제 벙커에는 새 지붕이 설치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현장에 크레인이 올라가 있고, 공사를 진행한 모습이 보인다”며 “단순히 문이나 지붕을 달기 위해 이런 장비가 동원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상한 움직임은 평양시 외곽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도 포착됐다. 대규모 미사일 조립라인 등을 갖추고 있는 이 산음동 단지에서 물자운송용 차량의 활발한 이동이 나타난 것.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는 북한이 1990년대 후반 발사한 대포동계열의 장거리미사일을 비롯해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작한 시설이다. 국정원은 동창리 시설은 물론이고 산음동 관련 동향을 5일 국회 정보위에 비공개 보고했으나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언론 등 외부 공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직접 겨냥 ‘김정은식 압박’ 나서나

동창리 엔진시험장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던 시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6월 해체작업을 시작하고도 미국과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이 불거지자 8월 이후엔 해체 작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ICBM을 생산했던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잇따라 움직임을 재개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김정은식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북-미 협상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수세에 몰린 북한이 상황을 급반전시키기 위해 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보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전략적 목표를 위해 긴장을 고조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동창리 재건 등은 하노이 회담의 후속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파기로 직결될 수 있는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과의 대화판을 당장 깨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위성 발사체에 대한 상당한 욕심을 가져온 북한이 평화적 목적임을 주장하며 위성 발사체 시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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