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보석]재판부, 조건부 보석 결정 배경은 “허가없인 집에서 한발도 못나가”… 재판장, 엄격한 보석조건 제시 MB, 변호인과 상의뒤 받아들여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법원으로부터 조건부 보석 허가를 받고 6일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낮 12시 6분경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03호 소법정.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0기)가 엄격한 보석 조건을 제시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78)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 재판부의 조건부 보석을 받아들였다.
○ 구속 만료 뒤 석방 대신 ‘자택구금’ 보석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걸어갔다. 양손으로 증인석 의자를 짚자 정 부장판사는 “불편하시면 앉아도 된다”고 권했다. 이 전 대통령은 2분간 서 있다 의자에 앉았다.
정 부장판사는 11분간 주거지 및 통신·접견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자택구금’(Home Confinement)을 제안하는 이유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구속 기한이 만료돼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어 “구속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조건을 주고 석방하면 구속영장의 효력은 계속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구속된 피고인을 보석 석방할 때 주거지와 활동범위를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만료되는 다음 달 8일 이후엔 오히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더 높아진다고 보고, 조건부로 보석을 인용하는 ‘묘수’를 내놓은 것이다. 보석 인용 사유를 언급하지 않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보석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 MB “날 증거 인멸할 사람으로 보는 거냐”
낮 12시 19분 법정에 다시 돌아온 이 전 대통령에게 정 부장판사는 ‘조건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증인들은 제가 구속되기 이전부터 오해의 소지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한다”고 답했다.
정 부장판사는 보석을 인용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라는 역사적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어떤 선입견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MB 측근들, 구치소 앞 환호
낮 12시 31분 보석 심문이 끝나자 이 전 대통령은 측근, 지지자들과 악수를 주고받았다. 측근들에겐 “지금부터 고생이다. 나중에 보자”고 했다. 지지자들이 ‘건강하십시오’라고 외치자 “네.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떠났다.
김예지 yeji@donga.com·김동혁·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