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지지층 결집, 背朴 논란 의식 '정치적 수사'
文정권에 공 넘겨 사면 책임 지울 의도란 분석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또는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한때 금기어나 다름없던 ‘박근혜 사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거론되는 데 대해 “오래 구속돼 계시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좀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황 대표의 화법을 감안하면 여기서 언급한 ‘조치’는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또는 형집행정지 등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면 요구와 관련, “이 부분은 우리가 이야기 할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때가 되면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박근혜 사면’의 운을 띄우고 나선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친박계나 ‘태극기’ 당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을 뿐 보수권 전체로는 큰 동력을 받진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차적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보수 빅텐트’를 강조한 만큼 우파 지지기반을 더 견고하게 다진다는 목적이다.
문재인 정권에 부담을 지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사면 카드는 문재인 정권이 한국당의 계파 분열이나 보수 통합을 흔들 수 있는 카드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2·27 전당대회에서는 탄핵과 사면을 둘러싸고 당내 계파 간에 현저한 시각 차를 노출하며 갈등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여전히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인간적 의리나 정치적 수사(修辭)로 평가하기도 한다. 유영하 변호사의 폭로로 배박(背朴) 논란이 부담스러운 황 대표의 사정을 염두에 둔다면 설득력이 없지 않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7일 구속기간이 갱신돼 4월16일까지 연장된 상태지만 구속 기간 만료 후에 심리가 이어져도 수감생활은 계속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4월16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확정된 형을 집행할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면 대상자가 아닐 뿐더러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형을 집행해야 하는 만큼 법원이 결정하는 보석이나 검찰의 동의가 필수인 형집행정지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의 사면 거론은 한 때 천막당사 신세였던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부활시키는 등 박 전 대통령과 당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인간적인 연민으로 정치적 의리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