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심 다른 연루법관 비해 ‘형평성 결여’ 비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적용 용이…입증 가능성 고려
지난해 7월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와 강명중 판사, 이승엽 판사가 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 부장판사를 두고 그가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시킨 데 따른 ‘보복성 기소’가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하던 중 검찰의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범죄 사안이 중대한 데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무리한 기소는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성 부장판사에 대한 ‘보복 기소’, ‘표적 기소’ 주장의 핵심은 ‘형평성 결여’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일하며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문건을 다수 작성한 혐의를 받는 박상언·정다주·김민수 부장판사 등을 그 예로 든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일단 형법상 어떤 죄목을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하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이들의 행동을 ‘직권’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사법농단 수사 이후 일부 법관들은 법관이 재판과 관련해 다른 법관의 지시나 명령을 따를 의무가 없으면 남용될 직권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비해 성 부장판사에게 적용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법리적으로 명확하고 입증도 비교적 용이하다.
소추기관인 검찰 입장에서 피의자를 기소할 때 범행 시 역할이나 사안의 중요성에서 나아가 공소유지 단계에서 유죄 판결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문건을 직접 작성하고 기획한 심의관들의 혐의가 더 죄질이 나쁘게 보이더라도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기소할 순 없다는 얘기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 입장에선 유죄 판결받을 가능성을 기준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단순히 누가 더 나쁜 사람 같다고 해서 그냥 기소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은 임 전 차장을 기소하는 것이므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상대방으로 기재된 것일 뿐 피해자라는 표현은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또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이미 조의연 부장판사와 함께 공무상비밀누설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다. ‘피해자가 피의자로 바뀌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서초동의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심사는 인신을 구속한다는 것으로 엄청난 권한”이라며 “영장심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계좌나 통신을 분석했다는 건 매우 심각한 범죄로 절대 무리한 기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