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그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다.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던 지난해 8월 어느 날. 국무총리도 정치인도 아닌 사인(私人)이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산지검 검사들이 묵는 사직구장 인근 관사를 찾았다. 황 대표 사위도 검사인데, 손주를 보려고 찾은 듯했다.
그를 본 몇몇 사람은 그의 스타일에 놀랐다. 체크무늬 남방과 민방위 근무복 색과 비슷한 노란 점퍼를 입었고, 카키색 면바지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정돈된 가르마와 금테 안경은 기본이었다.
이때 목격자는 대부분 러닝셔츠 바람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이었다. 어떤 사람은 괜히 한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부끄러워 등 뒤로 숨겼단다. 당시 이 장면을 본 사람은 “딸 사위 내외를 보러 온 옷차림을 보니, 왠지 그는 슈퍼마켓에 갈 때도 편한 차림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장관석 정치부 기자
황 대표가 5일 새벽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김밥을 먹은 뒤 주머니에서 꺼낸 것도 1만 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이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일할 때 자주 목격된 장면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막말과 경박함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황교안 스타일’에서 일종의 안정감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황 대표가 정치인으로 자리 잡으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많다. 때로는 밀어붙이는 강단이, 때로는 한숨 죽이는 유연함을 동시에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이슈마다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인 황교안이 어떤 길을 택해 나갈지는 오롯이 그에게 달려 있다. 그는 7일 “한국당은 국민이 필요할 때 바로 나타나는 119 구급대원이라는 마인드로 일하자. 국민 속으로 누구보다 빨리 뛰어들어 답을 내놓을 때 한국당이 제대로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과연 할 수 있을지 당분간 온 여의도의 시선이 쏠릴 듯하다.
장관석 정치부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