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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 복구는 北 비상계획의 첫단계… 유사한 움직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

입력 | 2019-03-08 03:00:00

[흔들리는 북-미 비핵화 협상]美 CSIS 버뮤데즈 연구원 인터뷰




조지프 버뮤데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사진)은 6일(현지 시간) “북한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대의 복구 움직임은 북한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의 첫 단계”라며 “유사한 움직임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위성사진을 들여다보니 4일 전 보고서를 썼을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며 “동창리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연구원을 지낸 버뮤데즈 연구원은 2일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 주목을 받았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동창리 기지 복구는 미국을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다는 시위를 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그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복구 움직임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일 포착된 것에 대해 “이런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사전에 준비해 놓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회담 결과에 따른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따른 비상 계획에 따라 복구 준비를 미리 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북한은 이런 식의 비상 계획을 짜고 집행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1회성 단발’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계속 비슷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의 모든 미사일 프로그램은 다 연결돼 있다. 산음동 기지의 복구 흐름도 당연히 동창리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물자 이동의 증가 움직임 등을 포착해 국회에 보고한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는 북한 탄도미사일 생산 거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 사용을 저울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이 당장 로켓을 발사하는 등의 도발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이는 전적으로 향후 북-미 간 후속 실무대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