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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우경임]영국發 산성비 퇴치한 스웨덴

입력 | 2019-03-09 03:00:00


미세먼지 돔에 갇힌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뒤늦게 산업화를 이룬 아시아가 요즘 환경재앙을 겪고 있다. 사실 50∼60년 전만 해도 유럽이 ‘죽음의 땅’이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숲과 호수에서 나무는 시들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했다. 스웨덴 과학자인 스반테 오덴은 전국 토질과 수질 데이터 분석에 나섰고, 1967년 영국과 독일 국경을 넘어온 이산화황(SO₂)이 비로 내리며 산성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덴 호수 9만 곳 중에 4만 곳이 물고기가 살기 힘들 정도였다.

▷1952년 스모그로 이미 1만2000명이나 사망한 재난을 겪은 영국인데도 자신들이 만든 오염물질이 스웨덴에 산성비를 내린다는 결과를 인정하길 거부했다. 스웨덴은 꾸준히 산성비 문제를 국제이슈로 만들었고 197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스웨덴의 주장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내놓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영국과 독일은 부인했다. 이에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스웨덴은 산성비 조사보고서를 다시 발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지자 1979년 11월 영국과 독일을 포함한 31개국이 ‘월경(越境)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에 서명한다.

▷당시 협약은 대기오염 물질 이동에 관한 공동연구를 하고, 상호 오염을 감시하는 수준의 느슨한 합의로 출발했으나 이산화황을 감축하는 헬싱키 의정서(1985년), 질소산화물을 감축하는 소피아 의정서(1988년) 등 8개 기후환경협약의 단초가 된다. 국경을 넘어온 오염물질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국제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노력한 결실이었다.

▷한중일 간에도 한중 환경장관회의, 한중일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공동연구 등 협력의 틀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관한 한 중국은 항상 오불관언이다. 중국이 “과학적 근거가 있냐”며 발뺌하지 못하도록 과학적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더불어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태국 등 다른 나라들과 긴밀한 국제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관된 논리와 과학으로 10년, 20년 집요하게 싸우면서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해결의 길을 찾아간 스웨덴의 교훈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