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영 패션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의 삶이 대체 어떤 계기로 바뀌게 되었나요?” 지인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이다. 2008년부터 10여 년간 옷을 만들지 않고 있다. 뉴욕과 서울에서 매 시즌 패션쇼를 진행하기 위해 수만 벌의 옷을 제작해 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다. 패션디자이너인 내가 왜 옷을 하지 않거나 또는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선물로 받은 어린 왕자에서 그 대답을 찾게 되었다.
어린 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인 ‘나’가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온 소년 어린 왕자와 있었던 일들을 그린 책이다.
‘나’는 여섯 살에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림을 본 아이들과 어른은 매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평가했지만, 어른들은 모자 그림을 그리는 시시한 일 말고 물리나 수학에 흥미를 가져보라고 했다. 고정된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숫자로 정확하게 측정된 것만이 가치의 척도인 어른들의 관습에 의한 충고였던 것이다.
획일적이고 수동적이며 타율적인 생각의 틀에 갇혀 보아뱀을 모자라 판단하는 어른이 되기 싫은 까닭에 패션디자이너로서의 또 다른 시작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접하고 사물을 바라보려 한다.
강진영 패션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