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 산업2부 기자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만난 이모 씨(45·여)는 기자에게 “정부가 서울 집값 잡겠다고 대책을 쏟아내는 바람에 지방만 죽어나고 있다. 집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몰라 소비를 더 줄이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집값이 하락하면 서민들에게 좋을 것 같지만 평생 벌어 집 한 채 장만한 사람들도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집값 급등세가 멈춘 서울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지금, 지방은 절망의 한숨만 내쉬고 있다. 창원을 포함해 경남 거제시, 전북 군산시 등 제조업 기반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지방 8개도의 아파트값은 3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달 둘러본 지방 주택시장의 체감 경기는 박 차관의 판단보다 훨씬 심각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쌓여 가고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수천만 원 낮은 가격에도 팔리지 않았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K부동산 박모 소장은 “이 근방에만 재개발 사업지가 4곳인데 분양이 안 돼서 나이 많은 토박이 조합원들이 전부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했다. 창원시민 백모 씨(64)는 “정부가 한 번이라도 직접 와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며 “나이 많은 우리야 빚을 내서라도 버티겠지만 자식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큰일”이라고 했다.
일반 상품과 달리 주택은 필수재와 투자재의 성격이 결합된 특수한 재화다. 가정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전 재산을 걸고 자산 증식을 꾀하는 수단이다. 박 차관의 말처럼 가격이 내려서 무주택자들에게 좋은 구매 환경이 마련된 이면에는 평생 일군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눈물이 있다.
무주택자들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집값이 언제 더 떨어질지 몰라 구매 시기를 종잡을 수가 없어서다. 결국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고,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집맥경화’라는 부작용만 남았다.
박 차관은 일부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미분양 관리 강화 등 주택 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한 박자 늦은 감이 있다. 창원시는 2016년 10월부터 2년 넘게 미분양관리지역 적용을 받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발표한 전국 미분양관리지역 38곳 중 13곳은 2016, 2017년부터 규제를 적용받아 왔다. 이미 상처가 곪아 터졌는데 ‘예방책’만 내놓는 셈이다.
주택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국토부가 이 같은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문제가 심각한 곳을 골라 응급처방을 내려야 한다. ‘지방 사람은 사람도 아니냐’는 눈물 어린 호소를 더 이상 모르는 척하지 않길 바란다.
주애진 산업2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