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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알제리 ‘휠체어 대통령’, 시민들은 매일 반정부 시위

입력 | 2019-03-11 15:32:00

알제리 대통령, 2주 만에 검진 및 치료 마치고 귀국
‘5선 도전’ 결정 번복할지 국제사회 주목
“부테플리카는 물러나라” 규모 커지는 퇴진시위




‘휠체어 탄 지도자’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알제리에 들어왔다. 1999년부터 알제리를 통치하는 그가 4월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알제리에서는 수십만 명이 매일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대선 출마 결정을 번복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제리 관영 APS통신 등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수도 알제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10일 보도했다. 201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그는 최근 2주 동안 건강 검진 및 치료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의 한 병원에 머물러 왔다. 이날 알제리 민영TV 에나하르에 포착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모자를 쓰고, 허리를 많이 굽힌 상태였다. 그는 건강이 악화된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5선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수도 알제를 중심으로 시작된 퇴진시위는 매일 이어지고 있다. 매일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알제리 정부가 시위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일부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고, 대학들의 조기 방학을 명령했지만 시위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다.

10일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에게) 더 강한 압박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 관계자는 대부분 e메일 주소조차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이며 이들에게 느끼는 세대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알제리 정부는 과거 민생고 등을 이유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때마다 보조금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고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석유 산업이 국제 유가 하락, 석유 생산량 감소 등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위 열기가 높아지자 알제리 정치권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부테플리카가 이끄는 여당 민족해방전선(FLN)은 10일 성명을 통해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정당과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국가에 최소 피해가 가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부테플리카 퇴진 시위’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메드 가이드 알제리 육군참모총장도 “알제리 국민과 군은 국가의 미래에 대해 똑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