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중간 책임자로 관여한 혐의 임종헌 "영장 기초한 압수수색 아니다" 검찰 "동종범행 의심땐 압수수색 가능" 수사권 남용 vs 방어권 남용…공방전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으로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압수수색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며 검찰과 적극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지고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영장 열람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명 의무도 다하지 않아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다”며 “제가 압수수색 장소를 물으니 근무하던 장소라고 해서 사무실을 안내했다. 그런데 당시 기재된 압수수색 장소가 ‘피압수자가 진술하는 장소’라는 이야기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말하지 않은 게 또 있다. 법조 선배가 이러면 되나’고 제 명예심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면서 “압수과정에서도 가방 속에 다른 변호인이 사용하는 USB도 함께 보관돼 제것이 아니라고 분명 의사를 밝혔는데 동시에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압수물 목록 관련해서도 저도 생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기재한 것”이라며 “압수수색 전반의 과정을 보면 압수수색 영장에 기초한 적법한 압수수색이 아니고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검찰은 “압수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다는 것이 확인돼 임 전 차장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에 동행한 것”이라며 “임 전 차장은 압수목록을 확인하고 자필로 동의한다고 서명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측이 ‘수사권 남용’, ‘방어권 남용’ 등을 언급하며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그동안 사법농단 재판거래 프레임으로 피의사실 공표에 시달려왔다. 적폐청산이라는 정치 환경에서 편향된 시각”이라면서 “일련의 기소는 검찰수사권이 남용됐다. 여론 조성을 통한 전형적인 공소권의 남용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법원행정처의 책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법 책임을 물을 것은 아니다. 비난은 할 수 있어도 재판거래 행위는 없었다”며 “사법농단 프레임에 구애받지 않고 사건의 본질과 핵심에 주의를 기울여 공정한 재판할 것을 부탁드리고, 하나하나 소명해 사법 남용이 왜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지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의도들이 반복된다”면서 “재판부가 지난 1월30일 1차 공판을 개정하겠다고 고지했음에도 임 전 차장은 변호인들을 일괄 사임하게 해 기일 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고, 실제 5주 이상 지연되는 결과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의 증거나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보다는 공범들의 재판 진행을 고려해 재판의 장기화를 꾀하려는 관점에서 증거의견을 번복해 피고인의 방어권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기소시점부터 무려 4개월 이상 지연된 상태에서 재판 지연 시도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거나 법관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