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 쓴소리
염한웅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사진)은 6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작정한 듯 정부의 소통 의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부터 자문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1, 2기 연속 부의장을 맡고 있다. 2기 임기는 2월에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비서실, 부처, 국가과학기술자문회라는 세 주체가 국내 과학기술 분야 의사결정의 핵심 창구인데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특히 대통령비서실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과학자 전문가 집단에 의견을 묻지 않고 장기로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덜컥 결정하는 현 정부에 대해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일본만 해도, 예를 들어 ‘수소경제 로드맵’안이 나오면 한국의 자문회의와 비슷한 기구인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회의’가 긴 호흡을 갖고 연구해 에너지 정책의 틀을 마련한다. 정부가 자문 결과를 수용할지는 자유지만 적어도 전문가의 총의가 모이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정책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염 부의장은 지적했다. 그는 “탈원전, 혁신성장은 모두 과학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책인데, 자문 요청이나 검토 요청은 전혀 없던 상태에서 정책이 먼저 발표됐다”고 했다. “하나같이 현장에서 논란이 많은데, 자문회의의 의견을 구했다면 조금이라도 논란이 줄어들지 않았겠느냐”는 게 염 부의장의 지적이다.
염 부의장은 “대통령비서실이 자문회의로부터 무엇을 듣고자 하는지 분명치 않은 것도 문제”라며 “과학 분야 의사결정의 틀은 만들어놓고 활용할 줄 모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처와 비서실이 만드는 정책이 자문회의가 생산하는 자문 주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자문회의가 총 14번 열렸지만 한 번도 정책과 관련한 유기적 의견 교환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