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공정사회 내세운 文 정부, 사회는 여전히 여성 차별 만연
무능한 정치권에 20대男도 등 돌려
청년들의 분노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 흔들 극우 포퓰리즘 될 수도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하지만 설익은 원인을 논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과연 20대 남성의 정권 지지가 여성보다 낮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이 주장의 근거인 리얼미터와 갤럽의 조사는 각각 2509명, 1002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두 조사에 포함된 20대의 응답자는 각각 500명, 200명 남짓이고 이를 남녀로 나누면 다시 반으로 준다. 전체 20대 남성과 여성을 대표하기엔 적은 숫자다. 결과의 오차범위는 대폭 커지고 수치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이 결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두 조사의 낮은 응답률도 문제다. 응답률이 낮은 자료는 특정한 속성을 보유한 사람들로부터 수집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응답률이 높고 더 신뢰할 만한 자료인 통계청 사회조사나 성균관대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확인한 결과는, 20대 남녀 간 정치·사회의식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만 20대 남성 중 현 정부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소수가 존재한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목표에 ‘성차별 없는 공정사회’가 포함됐지만 현 정권이 이전과 비교해 여성 친화적인 정책으로 성과를 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력 단절 이전의 대졸 여성 소득은 같은 대학을 나온 같은 나이 남성의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무원과 교사를 선발하는 시험을 제외하고 취업 시장에서 여성은 차별에 노출돼 있다. 대기업 여성 임원의 비율도 여전히 낮다. 남성의 피해의식과 여성의 권리 주장이 20대 남녀의 상호 혐오를 증폭시키고 친여성적인 정권이 남성의 미움을 샀다는 주장이 얼마나 논리 비약인가를 알 수 있다. 불안한 삶을 사는 청년의 현실이 젠더 정치로 치환됐을 때 노동시장을 포함한 사회 곳곳에 엄연히 존재하는 여성 차별을 은폐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럴 의도가 아니라면 20대 남녀의 차이에 대한 논쟁을 멈췄으면 한다.
정치권은 정치에 극단적 반감을 가진 청년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긴장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세계는 극우 포퓰리즘을 앞세운 정치세력의 계속된 선거 승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이후 행보는 안정적 정치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으며, 영국인들은 대혼란이 예기됐음에도 유럽연합 탈퇴를 택했다. 5월에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반(反)이민·반난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 포퓰리즘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불평등 심화와 정치적 무능, 그리고 희망을 상실한 유권자의 분노 때문이다. 20대 남성의 지지 철회가 비민주적 교육 탓이라고 하는 여당 정치인, 5·18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자기 당 정치인을 묵인하는 보수 야당의 퇴행적 행태가 계속되는 한 정치 혐오에 바탕을 둔 극단적 포퓰리즘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정치도 자유롭지 않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