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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공소장은 검찰발 미세먼지로 생긴 신기루”

입력 | 2019-03-12 03:00:00

‘사법남용’ 임종헌, 법정 첫 출석… “檢 일방적 여론전 끝나” 작심 발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1차 공판에 두툼한 자료 뭉치를 들고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발 미세먼지로 생긴 신기루와 같은 허상에 매몰되지 말고 공정히 판단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부장판사 윤종섭)의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한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은 재판부에 이렇게 호소했다. 구속 수감 이후 135일 만에 법정에 나온 임 전 차장은 하늘색 수의를 입고, 두꺼운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임 전 차장은 “수개월 침소봉대(針小棒大)됐지만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 변명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소사실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일방적인 여론전은 끝났다. (이 재판은) 여론 재판 항소심이 아닌 첫 재판”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를 통해서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가공의 프레임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단서가 된 법원행정처 문건에 대해 그는 “중요 현안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작성한 일기장과 비슷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여인이 노인에게 젖을 주고 있는 페테르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를 언급한 임 전 차장은 “처음 접하면 포르노라고 할 수 있지만, 노인과 여인의 관계를 알면 성화(聖畵)”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유해용 변호사(53)는 10일 페이스북에 “참 부끄럽고 어리석게도 몸소 피의자, 피고인이 돼 보고 나서야 무죄추정, 증거재판주의, 피의사실공표처벌 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적었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 연구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