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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사법권 남용 ‘유죄 1호’ 피하기? 檢증거 동의 안해 증인 180명 다시 부를판

입력 | 2019-03-13 03:00:00

일각 “양승태와 비슷한 때 판결 원해”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심리 중인 1심 재판부에 현직 대법관 등 전·현직 판사 18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제출된 검찰 측 증인 명단에는 권순일 노정희 이동원 대법관 등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기재된 전·현직 법관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는 임 전 차장이 전날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관련자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서 관련자 진술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을 재판부는 대부분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공판준비기일만 4개월이 걸린 임 전 차장 1심 재판이 임 전 차장의 구속 만기(5월 13일)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아졌다. 1심 선고가 나지 않으면 구속 만기 다음 날 임 전 차장은 석방된다.

검찰은 올 1월 말까지 진행된 4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몇몇 판사들의 진술에 대해서만 부동의했던 임 전 차장이 갑자기 전부 부동의로 태도를 바꾼 것은 재판 지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유죄 1호’가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공범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과 비슷한 시기에 판결이 선고되길 원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전날 재판에서 사복이 아닌 수의를 입고 출석한 것도 비슷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검찰은 분석하고 있다. 정권 교체에 따른 보복 수사 프레임을 내세우며 법원 전체를 대신해 자신이 피해자가 됐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임 전 차장은 재판부에 증인 신청을 한 명도 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새 변호사들과의 긴밀한 논의, 주변의 충고, 기록 검토를 통해서 얻은 여러 가지 생각을 종합해서 증거에 부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의적, 악의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