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보잉의 차세대 주력기 ‘보잉 737 맥스8’이 비행기 탑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 항공기는 지난해 10월 말 인도네시아에서 이륙 13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89명이 모두 숨진 데 이어 10일에도 에티오피아에서 이륙 6분 만에 떨어져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맥스8은 보잉이 가장 많이 판매한 제트여객기 737의 최신형으로, 2017년 5월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출시 후 5000여 대의 주문이 몰릴 정도로 인기이며 현재 350대 정도가 운항 중이다.
▷지난해 10월 추락 후 사고조사단은 감속방지장치의 오작동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지만 보잉 측은 항공사의 정비 과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고 직후에도 미 정부와 보잉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불과 5개월 사이에 최신 기종이 연이어 추락하면서 기체 결함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잉의 최대 고객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라질 등 10여 개국이 맥스8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각국 항공사에는 탑승 예약을 변경하거나 환불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맥스8 항공기 2대를 들여와 제주 일본 태국 노선 등에 투입해 온 이스타항공도 13일부터 운항을 중단한다. 그런데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이미 104대의 맥스8 구매계약을 맺었고 이 중 14대를 올해 들여올 예정이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운명의 90초’ 룰이 있다. 하지만 이 골든타임도 항공기 결함 앞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