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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72〉“선생님이 알고 있으니 민정이는 재밌게 놀자”

입력 | 2019-03-13 03:00:00

친구를 자꾸 이르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초등 1학년 3반 민정이네 반은 오전 8시 50분까지 등교를 하게 돼 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항상 모범생이었던 민정이는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더 열심이다. 오전 7시면 일어나 항상 8시 40분 전에 학교에 간다. 몇몇 아이들은 8시 50분을 지키지 못해 선생님에게 주의를 듣기도 하지만 민정이는 아직까지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교무회의가 늦어져 9시쯤 왔다. 그날도 역시 몇몇의 아이들이 늦었다. 민정이는 선생님이 들어오자마자 급히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민혁이, 예준이, 정태, 다희 지각했어요.”

신학기 1학년 교실에서는 “선생님∼”을 앞다퉈 부르며 이르는(?) 혹은 고발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럴 때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려고 한 것이니 칭찬해 주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벌칙을 줘야 하는 것일까?

이럴 때는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민정이를 칭찬하거나 민정이가 이른 아이들을 하나하나 주의를 주는 것보다, 반 전체 아이들을 향해서 “늦을 수도 있지만 8시 50분까지 오는 것이 원칙이니까 모두들 지켜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만약 민정이가 선생님에게 계속 따로 와서 말한다면 “그건 선생님이 너희들을 지도할 문제니까 그냥 너는 시간을 지켜서 오면 돼. 네가 항상 시간을 잘 지켜서 오는 것, 선생님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너는 잘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 주면 된다. 그래도 아이가 자꾸 이르면 “응, 선생님이 알고 있어. 내가 알아서 처리하마”라고 해 아이에게 ‘지금 하는 일은 네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야 한다.

그렇다고 면박을 줘서는 안 된다. “알려준 것은 고마운데 더 이상 알려주지 않아도 돼. 선생님도 알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그 아이하고 얘기도 하고 그 아이 엄마하고도 얘기를 하마”라고 하며 끝내는 것이 맞다.

집에서도 친구들과 놀다가 쪼르르 와서 이르는 아이들이 있다. 때리거나 찌르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얼른 가서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엄마가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해 주지 않아도 된다. 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너희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이지, 그 애 행동 하나하나를 교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으로 대처하면 된다. “엄마, 쟤가 자꾸 자기 순서가 아닌데 해” 이러면 “엄마가 보고 있어. 엄마가 알고 있어. 끝나고 엄마랑 다시 얘기하자. 너는 가서 재밌게 놀아”라고 얘기하고 뒤로 미뤄야 한다.

선생님이든 부모든 어른한테 이르는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통제적인 경우가 많다. 뭔가 옳은 답, 그렇게 해야 되는 규칙, 이런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기 자신도 안 한다. 그리고 자기가 자기를 통제하고 있듯이 상대를 통제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너,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자신이 직접 친구를 통제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게 했는데 친구가 말을 안 들으면 좀 더 파워풀한 사람에게 와서 “선생님, 얘 이렇게 했대요”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아이들이 친구의 행동을 어른들에게 이르는 것은, 그 아이를 혼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이 친구가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에게 그냥 “넌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해 봤자 그 행동을 줄일 수 없다. 이 아이들의 이르는 행동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불안이 높은가, 예민한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네가 규칙을 잘 지켜주는 것은 고맙다. 선생님이 알고 있고 이렇게 저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너는 네 할 일을 해라”라는 식으로 다뤄줘야 한다.

이르는 행동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을 해주면 아이는 인정받기 위해 그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 행동이 강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이르려면 언제나 관찰자의 입장이 돼야 한다. 늘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놀지도 못한다. 그것은 그 아이의 발달에 별로 좋지 않다. 때문에 자주 와서 이르는 아이에게는 “더 이상 얘기 안 해도 괜찮아. 선생님이 알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더불어 “네가 와서 선생님한테 얘기를 하려니까 놀기보다는 자꾸 다른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어야 하잖아. 그러지 말고 너도 그냥 편하게 놀아. 지금 너에게는 다른 아이들이 잘했나, 잘못했나를 관찰하는 것보다 그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노는 것이 더 중요해”라고 가르쳐 주는 것도 필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