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멤버 승리(29)의 성접대 의혹, 가수 정준영(30)의 몰카 촬영과 유포로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긴 추악한 범죄행위 앞에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지인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승리 게이트’와 ‘정준영 게이트’로 불릴 지경에 이르렀다. 승리, 정준영과 연루됐다는 의심 만으로도 연예인 커리어가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예인과 기획사들은 잔뜩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친목모임·개인사업 금지령
“혹시 몰라서 정말 (승리·정준영과) 아무 관련이 없느냐고 누차 물었어요. 진짜 관련된 적이 없고, 개인적인 친분도 없다고 정색을 하기에 한숨 돌렸죠. 이번에 거명만 되도 평생 꼬리표가 돼 따라 다닐걸요?”
증권가 정보지가 스마트폰 채팅방을 통해 퍼지고 이니셜 보도가 이어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확산됐다. 하이라이트 용준형, FT아일랜드 이홍기와 최종훈, 씨엔블루 이종현, 지코 등이 루머에 해명을 하고 법적대응을 시사한 뒤에야 이들에 대한 날선 반응이 수그러들었다.
그룹 ‘트와이스’와 ‘엑소’도 이 루머에 뜬금없이 이름이 얹혔다. 이들의 소속사인 JYP·SM엔터테인먼트는 강력하게 부인하는 동시에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일부 연예인들은 승리, 정준영과 엮일 위험이 있는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같은 업계에 있다보니 친분이 없더라도 언제 함께 사진 등이 찍혔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진 유명인들도 마찬가지다. tvN ‘짠내 투어’ 등을 통해 정준영과 친분을 과시한 유튜버 영국남자 조쉬는 정준영과 함께 촬영한 영상을 내렸다. 이후 네티즌들이 의심하자 “어제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하고 시청자들께 불편을 드릴 수 있는 영상을 유튜브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엔터테인먼트사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친목모임을 만들거나 자주 모이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승리와 정준영이 친분을 나눈 카톡방이 ‘악의 소굴’로 드러나면서, 연예인 모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인기 연예인,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곤 한다. 하지만 친한 연예인이 구설에 오르면 자신에게도 불똥이 튄다는 것을 이번에 체험한만큼 당분간 자중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에게 개인사업 금지령도 내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승리가 사내이사였다는 ‘클럽 버닝썬’이다. 지난 1월 단순 폭행 시비로 시작된 사건은 마약 유통, 경찰 유착, 그리고 성접대 의혹으로까지 번지며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놓았다.
연예계 관계자는 “이름값에 기대면 사업 시작이 비교적 수월해 많은 연예인들이 사업을 벌이려고 한다”면서 “그러나 도덕적 불감증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더 크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사들, 내부 시스템과 연예인 리스크 점검
승리, 정준영 사태로 소속사 책임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승리는 한류의 대표주자인 팀의 명성에 큰 누를 끼쳤을뿐만 아니라 빅뱅을 발굴한 YG엔터테인먼트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소속사의 방관이 사태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빅뱅은 지드래곤, 탑이 마약 혐의에 연루되는 등 잡음과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의 일탈로 치부됐고, 팀 전체와 소속사에 큰 타격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승리 사태에 소속사가 관련됐을 수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소속사가 방관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YG가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외부 대응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YG는 부정적인 이슈에 즉각 대응이나 직접적인 반응을 피해왔다. 승리가 은퇴를 선언, 사실상 퇴출당했을 때도 그가 개인 소셜미디어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YG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지금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입장을 내는 회사이지만, 이번에는 빠른 피드백이 필요했다.
정준영은 현 소속사인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레이블 엠’과 올해 초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메이크어스는 폭탄을 안은 꼴이 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준영에 대한 검증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책임은 있다. 정준영의 몰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톡방에서 지인들과 잡담하면서 죄책감은커녕 왜곡된 성 인식을 드러낸 정준영의 예에서 보듯, 연예인으로서 책임감은 강제로라도 반복 주입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방송사들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승리를 ‘위대한 개츠비’에 빗대 ‘승츠비’로 추어올린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6년 몰카 시비로 모든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정준영을 다시 받아준 것은 KBS 2TV ‘1박2일’이다.
이번 사태로 ‘연예인 리스크’가 부각되며 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타를 앞세워 이득을 챙기는 연예기획사의 취약한 기반이 노출된 셈이다.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