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정치부 기자
그는 국회 앞 남도음식 식당에서 만날 때마다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동료 의원들이 남도음식 식당에 가면 주로 보리굴비를 찾는 것과는 달랐다. 그러면서 “꼬막을 적당히 삶아야 식감이 산다. 그래야 제철 나물들과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기자는 그런 그를 보며 “다른 의원들과는 좀 결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4선) 얘기다.
사실 진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하마평이 나올 때 그가 장관직을 거절할 것으로 봤다. 최근 진 의원의 언행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 다시 당선될 것을 꿈꾸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사석에서 여의도에 있지만 여의도 정치인들과의 만남은 되도록 피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내년 총선에는 “마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현안보다는 개헌 등 한국 정치의 근본적 이슈들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그에게선 권력의지를 별로 느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 현실 정치에선 마음에 떠난 듯한 진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정치 한복판으로 소환됐다. 국회 인사청문을 통과하면 보수와 진보 정부에서 모두 장관직에 오른 흔치 않은 기록을 갖게 된다. 청와대도 “중도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진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선 성공한 장관이 될 수 있을까. 진 의원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은 “결심을 했으니 제대로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대립하다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취임 6개월 만에 스스로 던졌다. 정권의 세(勢)가 정점을 찍던 집권 1년 차였기에 충격이 적지 않았다. “배신자”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여의도 사람 중 이렇게 권력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진영 카드’가 성공하려면 청와대가 다른 것보다 한 가지에 더 신경 쓰면 된다고들 한다. 장관이 원래 갖고 있어야 할 권한을 주라는 것이다. 그가 즐기는 식감이 살아있는 꼬막비빔밥처럼 장관 고유의 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무늬만 탕평’이란 말을 듣게 된다면 ‘진영 카드’의 실패는 물론이고 “내각은 안 보이고, 청와대만 보인다”는 비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근형 정치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