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세계 식량사정은 녹록지 않다. 총 식량자원 생산량은 25억 t으로 70억 인구를 먹이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인도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곡류, 육류 소비는 앞으로 빠르게 늘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식량생산 여건이 불리한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4%(사료작물 포함)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쌀이 조금 남아돈다고 식량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시각은 위험하다.
보리는 장점이 많다. 겨울에 비어 있는 땅을 활용하면 재배관리가 쉽고, 농약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추가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다. 보리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면 소비처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보리는 어느 곡류보다도 많은 기능성 성분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암 발생순위 3위)을 식이섬유 공급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달고 사는 당뇨병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보리의 가장 큰 단점은 식감, 즉 맛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여러 품종과 가공 기술을 이용하면 충분히 맛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제분하면 면 제품에 일정량을 넣을 수 있고 과자와 빵으로 만들어 차별화된 건강식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또한 어린 싹은 최고의 기능성 소재로 알려져 있고, 불태워 버리는 보릿대는 우수한 천연섬유원으로 개발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세계 식량파동을 대비해 국가적 차원에서 보리 종합이용계획을 세워 생산 기반을 다지고 생산량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식량 자급률을 1% 높이는 데 1조 원이 든다고 하는데 한국은 이미 기반을 갖춘 보리에 약간의 투자와 관심을 쏟는다면 손쉽게 증산이 가능하다. 또 농가소득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보리에서 식량문제와 국민 건강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보리밥을 먹고 뀌는 방귀는 건강의 청신호라고도 하지 않던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