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 ‘우상’서 악랄한 정치인 역 맡아 열연한 한석규

영화 ‘우상’을 본 뒤 한석규는 “이수진 감독의 다음 영화에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할 것”이라며 웃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2017년 여름, 이수진 감독에게 받은 영화 ‘우상’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치밀했다. 읽고 나선 “정곡을 찔렸다”는 생각에 허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초록물고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가 생각났다. 극장에 온 관객들에게 시나리오를 한 부씩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났다”고 했다.
20일 개봉하는 ‘우상’에서 그는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아들로 인해 정치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된 도의원 구명회를 연기했다. 인자한 웃음 너머 속내를 감춘 구명회는 그간 비열한 역할을 맡고 싶었던 그에게 최적의 선택이었다.
“구명회는 살아남기 위해 폭주하는 인물이에요. 무언가에 홀려 점점 잘못된 선택을 해나가죠. 대중 앞에서 다른 모습으로 포장된다는 점에선 배우, 아니 우리 모두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요.”
‘우상’은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주목받고 있다. 다만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 한석규는 “넘기는 데 고통스럽지만 낫기 위해선 먹어야 하는 쓴 약과 같은 영화”라고 했다. ‘한공주’(2013년)에 이어 사회 부조리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이 감독의 영화관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석규는 24년 동안 24편의 영화를 찍었다. 기복 없는 연기를 펼치는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메소드 연기(극 중 인물과 동일시하는 연기)에 정신이 팔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그러다 “연기는 액션이 아닌, 리액션”이라는 다소 난해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예전엔 연기를 할 때 내 순서만 중요하고 그때만 기다렸어요. 그런데 연기는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듣고, 이에 반응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더라고요. 제가 하는 연기도, 영화도 늘 새로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