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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천안함-연평포격은 우발적”… “비핵화 앞서 핵동결” 주장도

입력 | 2019-03-14 03:00:00

통일장관 후보자 자질 논란 확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질 논란이 거의 매일같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 인터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밝힌 북한에 편향된 듯한 발언이나 ‘문제적 언사’들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장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여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제재와 남북 경협에 신중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제재 무용론자’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한미 간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핵 동결’ 주장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 후보자는 2017년 4월 11일 동아시아재단의 연재물 ‘정책논쟁’에서 핵 동결을 주장했다. 그는 “군사적 해결은 잃을 것이 너무 많고, 협상은 지속되지 못했고, 제재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 지금 수준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비핵화에 앞서 핵 동결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창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선택할 북핵 노선으로 핵 동결을 내세운 것이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통째로 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비핵화 협상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북한에 유리한 협상안을 꺼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재의 수단으로만 생각해서 너무 쉽게 폐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고 개성공단은 신뢰의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였지만 이런 언급은 뺀 채 핵 동결과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한 것.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한 신문 칼럼을 통해서도 “‘제재를 유지한다’는 말은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미국의 선(先) 제재 해제를 강조했다.

이런 대북 보상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북한이 저지른 도발에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북한 목함지뢰로 아군 2명이 부상을 입은 도발에 대해 “(북측 소행이라는) 심증은 가는데 (우리 정부 당국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가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날렸던 막말에 가까운 언사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페이스북에 천안함 폭침 5주년을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사진을 올리면서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향해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같은 해 민주당을 지휘했던 김종인 전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5년 하반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내 갈등을 겪자 “새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 여권, “청와대가 또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북한학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그동안 정치권에 노크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쏟아낸 정치적 메시지들이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자는 성균관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정치외교학)를 했고 1997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시작으로 2002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2008년 인제대 교수 등을 지냈다. 꾸준히 현실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서 2004년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시작으로 2007년 정동영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2017년 대선엔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한 북한학 전문가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학자이면서도 현실 정치에 갈수록 관심을 보였고 SNS를 통한 정치적 발언의 강도도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저술이나 SNS상 발언 등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가장 기본 항목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