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후보자 자질 논란 확산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제재와 남북 경협에 신중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제재 무용론자’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한미 간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핵 동결’ 주장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재의 수단으로만 생각해서 너무 쉽게 폐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고 개성공단은 신뢰의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였지만 이런 언급은 뺀 채 핵 동결과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한 것.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한 신문 칼럼을 통해서도 “‘제재를 유지한다’는 말은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미국의 선(先) 제재 해제를 강조했다.
이런 대북 보상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북한이 저지른 도발에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북한 목함지뢰로 아군 2명이 부상을 입은 도발에 대해 “(북측 소행이라는) 심증은 가는데 (우리 정부 당국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가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날렸던 막말에 가까운 언사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페이스북에 천안함 폭침 5주년을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사진을 올리면서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향해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같은 해 민주당을 지휘했던 김종인 전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5년 하반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내 갈등을 겪자 “새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 여권, “청와대가 또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한 북한학 전문가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학자이면서도 현실 정치에 갈수록 관심을 보였고 SNS를 통한 정치적 발언의 강도도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저술이나 SNS상 발언 등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가장 기본 항목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