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가볍게 허리 숙이고 내내 시선 아래쪽 "죄송하다" 네차례 말했지만 각종 의혹엔 침묵 서울경찰청 앞 국내·외신 취재진 200여명 몰려 따라가다 기자 넘어지기도…뜨거운 취재 경쟁
성관계 동영상 등 불법 촬영·유포한 혐의로 14일 경찰에 출석한 가수 정준영(30)씨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자신과 관련된 각종 세부적인 질문에는 사실상 침묵했다.
검은색 양복 차림에 머리를 묶은 정씨는 이날 오전 9시59분께 검은색 카니발을 타고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두 손을 나란히 모은 채 포토라인에 선 정씨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내내 시선을 아래쪽으로 고정했다. 입장을 밝히는 도중 세 차례 가볍게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다만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약물을 사용했는지, 2016년 고소 사건 당시 유착은 한 경찰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거나 “조사에 성실히 다 이행하겠다”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앞은 유명 가수 겸 방송인인 정씨의 ‘성(性) 스캔들’을 보도하기 위한 취재진 200여명이나 몰렸다. 지미집(원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는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 등 대형 방송장비들까지 동원됐다.
특히 정씨와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의 경찰 조사도 이날 예정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프랑스 AFP통신, AP통신, 일본TBS 도쿄방송 등 해외 언론까지 자리를 잡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외신들은 정씨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과 빅뱅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성접대 의혹을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스 AFP 통신도 K팝 스타들의 섹스 스캔들이 한국 사회내 만연한 차별과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씨가 조사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하거나 촬영을 위해 따라가는 기자가 넘어지는 등 뜨거운 취재 경쟁이 이어졌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정씨를 상대로 성관계 동영상을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했는지 여부와 함께 이를 단체 카카오톡방에 공유한 경위 등을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
또 2016년 당시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찍어 고소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살필 예정이다.
아울러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발 검사도 진행한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접대 과정 중 여성들을 동원해 성접대를 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승리 성접대 의혹’과 정씨의 불법 촬영물 논란은 승리가 유 대표 등 총 8명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2015년 12월 성접대를 암시하는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불거졌다.
해당 대화에는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접대하기 위해 ‘클럽 아레나에 메인 자리를 마련하고 여자애들을 부르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관련 대화방 자료 일부를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된 채로 확보했다.
이과정에서 경찰은 정씨가 승리 등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10일 승리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2일 정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