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멤버 승리와 가수 정준영 씨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된 사건을 수사당국이 고의로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톡 대화방에 ‘옆 업소가 우리 업소를 찌르려고 하는데 경찰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더라’는 내용이 있어서 확인 중”이라고 밝힌 것은 예사롭지 않다. ‘경찰총장’의 ‘총장’은 청장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범죄를 눈감아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움을 준 누군가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
대화방 내용을 제보받은 방정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을 제쳐두고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가 신고를 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방 변호사의 불신은 2016년 정 씨가 여자친구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건을 수사할 때 경찰이 보인 태도를 보면 이해가 간다. 담당 경찰관은 정 씨가 휴대전화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에 “정 씨가 혐의를 시인하니, 시간도 없는데 ‘기계가 낡아서 데이터 복구가 안 된다’는 확인서를 써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의 흑백을 가리기는커녕 거꾸로 결정적 물증을 없애려 한 셈이다.
지난해 말 경찰이 해당 포렌식 업체가 정 씨의 휴대전화에서 복구한 동영상을 보관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을 때 검찰이 반려한 것도 상식 밖이다. 검찰은 처음에는 “포렌식 업체 대표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경찰이 보강조사 후 영장을 다시 신청하자 “2016년에 무혐의로 끝난 사건과 같은 동영상일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가 수사기관이 정 씨의 불법 동영상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나 연예인과 유흥업소의 뒤를 봐준 의혹은 연예인들의 일탈 이상으로 심각한 일이다. 수사권 조정이나 사법개혁을 통해 아무리 제도를 뜯어고친들 이런 적폐를 방치하고는 나아질 것이 없다. 경찰은 물론이고 향후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를 할 검찰도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기관 내부의 곪은 곳을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불의를 감싸 준 ‘경찰총장’을 밝혀내지 않고는 검경이 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