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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카풀, 세계는 투자 전쟁인데… 한국은 꽉 막혀”

입력 | 2019-03-15 03:00:00

“대타협기구 합의안은 무효”… 성명 낸 카풀 3사 대표 인터뷰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카풀 3사 대표들이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7일 합의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우 풀러스 대표, 문성훈 위츠모빌리티 대표,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타협이 아니라 그들만의 합의였다. 기득권인 카카오가 있었을 뿐 카풀은 없었다.”

풀러스, 위모빌리티(위풀), 위츠모빌리티(어디고) 등 국내 카풀 3사는 14일 공동 선언문을 내고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평일 출퇴근 시간 2시간씩(오전 7∼9시, 오후 6∼8시)’을 조건으로 카풀을 허용하기로 한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타협기구는 ‘택시·카카오의 대타협기구’로, 훗날 이 합의는 사회 전 영역에서 혁신을 막고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실험하기 두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언문을 낸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서영우 풀러스 대표(40),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41), 문성훈 위츠모빌리티 대표(43)를 만났다. 세 대표 모두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카카오를 향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우선 ‘대타협기구’의 대표성부터 비판했다. 문 대표는 “당초 이 기구는 카카오택시에 반발하던 택시업계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는데 갑자기 카카오가 카풀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포장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이미 운행 중인 풀러스와 현행법에 맞춰 이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던 카풀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걸 정부가 다 알고 있었지만 협상에선 배제됐다”고 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혁파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의지에 대한 불신도 컸다. 문 대표는 2017년 미국에서 차량공유 사업 허가를 취득하고 한인 시장을 겨냥한 현지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마침 한국에서도 규제 완화 분위기가 일자 한국에서 카풀 서비스도 선보이기로 결심하고 카풀 플랫폼 ‘어디고’ 개발에 착수했다. 문 대표는 “차라리 미국에서만 했으면 더 인정받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대 화학공학부 95학번인 문 대표는 초기 3세대(3G) 모바일 게임시장을 거쳐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 대표는 “미국은 명확하게 불법의 선을 넘지 않는 한 신사업을 허용해준다. 사업자 입장에서 너무 명쾌하다. 규제 샌드박스 소식을 접하고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처럼 돼 가는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실망이 너무 크다”고 했다.

세 대표는 이번 합의가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 택시업계라는 두 기득권만의 합의였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통계학과 및 전기전자공학부 98학번 출신으로 다음과 모바일 게임업계를 거쳐 풀러스를 맡게 된 서 대표는 이번 합의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는 “출퇴근 각각 2시간으로 합의가 됐다고 해도 택시업계는 또다시 ‘출퇴근 용도가 확실한지, 경로 확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많은 부분에서 걸고넘어질 것”이라며 “현행 규제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여기에 시간 제한을 더하는 건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못 박았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이미 유망한 비즈니스로 떠올랐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대표들은 “우버(미국)와 디디추싱(중국), 그랩(동남아)이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는데 국내 시장은 언제까지 틀어막을 수 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3000억 원을 그랩에 투자했다. SK, 네이버, 미래에셋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해외로 나가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벌써 7, 8년이 늦어져 있다. 정부의 신산업 정책 방향에도, 시장 논리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디자인교육원(SADI) 출신으로 베인앤드컴퍼니와 카풀업체 럭시(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를 거쳐 위모빌리티를 창업한 박 대표는 “우리 회사에 투자한 어떤 사람이 ‘이제 카풀 사업은 끝’이라고 하더라”며 “이번 합의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시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분들은 오전 6시 전에 버스정류장에 나온다.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인 곳도 많다. 오전 7∼9시가 출근시간이라는 건 택시업계의 보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정부의 탄력근무제 방향과도 비켜 가는 모순적인 장치”라고 지적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