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정준영 몰카 고소당하자, 단톡방 멤버가 변호사에 자문
허리 굽힌채 경찰 출석 14일 오후 2시 3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자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해외 투자자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는 승리는 조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본보가 만난 정 씨 측근 A 씨에 따르면 대화방 참여자 B 씨는 2016년 8월 정 씨가 고소를 당하자 그동안 정 씨가 대화방에 올린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 관련 글 중 일부를 캡처해 변호사에게 보냈다. 대화방 참여자들이 정 씨 휴대전화가 경찰에 압수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되자 B 씨가 지인을 통해 변호사에게 물어본 것이다.
당시 대화방 캡처 사진을 받아본 변호사는 ‘이건 몰래카메라 유포가 맞으니까 큰일 난다. 휴대전화를 경찰에 내지 말라’는 취지로 조언했다고 한다. 대화방 멤버들은 정 씨 휴대전화를 두고 ‘영상을 지워도 경찰이 복구할 것 아니냐’ ‘새 휴대전화를 제출하면 이상해 보일 텐데’ 등의 대화를 나누며 대책을 고민했다고 한다. 정 씨가 “소속사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다”며 안심시켰는데 멤버들은 “그래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 씨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카톡 대화방에서는 이런 ‘사과의 자세’와는 전혀 다른 정황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2016년 9월 25일 사과 기자회견 3시간 전 대화방에 사과문을 읽어 녹음한 파일을 올리며 ‘괜찮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녹음 파일을 직접 듣고 대화방의 관련 문자 내용도 직접 본 A 씨는 “멤버들이 대화방에서 ‘ㅋㅋㅋㅋㅋ’ ‘제정신 아니다’라며 한바탕 웃었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카톡 단체 대화방에 올린 혐의로 입건된 정 씨는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정 씨의 마약 투약 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정 씨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같은 대화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성 접대를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를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승리도 이날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승리는 두 번째 소환이다. 문제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던 강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도 이날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유 씨도 승리와 같은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입을 맞출 것을 우려해 같은 날 소환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조동주·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