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위, 의결권 행사 방향 결론
국민연금의 의결권 전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4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효성 등 4개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했다. 수탁자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이 회사들의 주총 안건에 대해 판단할 것을 요청받고 회의를 열었다. 국민연금 측은 “일반적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하지만 찬반 판단이 곤란한 사안은 수탁자위원회에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고 했다.
수탁자위원회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주총 안건에 대해 엘리엇의 제안에 모두 반대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보통주 기준으로 현대차에는 주당 2만1967원, 현대모비스에는 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엘리엇 요구에 따르면 현대차는 배당금으로만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6540억 원)의 3배가량인 4조5000억 원을 내놔야 한다. 국민연금은 “엘리엇의 주주 제안은 과다하다”며 “배당과 관련해 현대차 이사회의 안건인 주당 3000원, 현대모비스 이사회 안건인 주당 4000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현대차 측은 22일 주총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8.27%, 현대모비스 지분 10.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두 회사 1대 주주인 정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2대 주주가 같은 의견인 만큼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엘리엇이 50%에 가까운 표를 모아야 한다. 현재 엘리엇의 지분은 현대차 3%, 현대모비스 2.7%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요구에 다른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 중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 안에 반대하라고 했고 ISS 역시 사외이사 3명 중 1명에게 반대 권고를 한 만큼 해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차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수탁자위원회는 남상구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기아자동차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하기로 했다. 효성의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외이사 재선임,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에 대해서도 분식회계 발생의 책임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