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강박적으로 SNS에 매달리던 우리들에게 SNS 접속이 끊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허망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는 정보를 찾고 싶은 마음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이는 참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런 욕구를 해결할 만한 다른 수단도 얼마든 많았다. 오히려 주의를 분산시키는 SNS가 없으니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사실 추세적으로 페이스북은 노쇠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에디슨 리서치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3년째 감소세다. 특히 미국에서 지난해 젊은층(12∼34세) 이용자는 2년 전보다 1500만 명 줄었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문업체인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 올해 10∼50대의 페이스북 이용률은 전년 대비 23.8% 줄었다.
광고로 도배되는 상업주의는 인스타그램에서 더 심하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있어 보이는’ 사진으로 상대에게 박탈감을 안겨주며 행복감을 떨어뜨린다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멀리하고 싶은 이유가 적지 않다.
처음에는 호의를 갖고 특정인을 팔로하면서 그(그녀)가 매일 올리는 일상을 즐겨 보다가 느닷없이 “마켓해요”(물건 판매를 한다는 뜻)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인스타그램이 쇼핑몰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그런가 하면 아기 옆에 생뚱맞게 화장품 세제 등 각종 협찬품을 놓고 사진을 찍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는 사람도 많다. 내가 보인 ‘선한 호의’와 ‘순수한 관심’이 고작 ‘그들의 돈’으로 치환되는 듯한 씁쓸함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올 초 인스타그램에서 역대 최고의 좋아요(하트)를 받았던 달걀을 떠올려 본다. 단순한 달걀 사진을 올리는 계정으로 ‘좋아요 수로 신기록을 세워 보자’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실제 5329만 개의 좋아요를 받은 달걀까지 나오면서 이전 최고 기록(미국 유명인 카일리 제너의 갓 태어난 딸·1800만 개)을 가뿐히 깼다.
인스타그램에서 역대 최고 조회수를 받은 달걀. 출처 world_record_egg 계정
달걀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하늘을 찌를 무렵인 이달 초 동영상이 올라왔다. “최근 들어 (달걀) 껍데기가 깨지기 시작했다. SNS의 압박이 나를 짓누른다. 만약 당신도 압박을 느낀다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라”라는 메시지였다. 이는 행복감을 높이는 등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 캠페인이었다. 우리가 집착하는 SNS와 좋아요라는 버튼이 그토록 허망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많은 이들에게 찾아왔다. 그러하므로, 이번 간헐적 SNS 단식이 남긴 건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를 체험하게 해주는 순간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