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사회부 기자
실소(失笑)가 새나왔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하다 해도 직접 들이마시는 담배연기가 건강에 더 해롭다는 것은 자명하다. 8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돼 방사성 물질이 기류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얘기가 돌았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방사능이 걱정된다며 마스크를 쓴 동료는 출근하자마자 사내 흡연실로 직행했다. 미세먼지와 방사능을 걱정하면서도 담배는 피우고야 마는 행동은 보기에 따라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의 정서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입시 전형 가운데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 전형은 정원 외로 뽑는 경우가 많다. 종종 연예인도 정원 외 입학한다. 일반 학생이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붙고 안 붙고는 정원 외 선발 학생 수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매년 정원 외 입학 인원이 공개되고 어떤 연예인이 특례 입학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쟤네 때문에 내가 (대학에서) 떨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원 외 입학생 수만큼 정원을 줄이는 바람에 하필 내가 피해를 봤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인과관계가 틀렸지만 이 역시 대다수의 심리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국민 정서를 배려하지 않은 게 커 보인다. 국민은 미세먼지 악화에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이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들도 있다. 그럼에도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 갖고 다니지 말라”고 강조하면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다.
서울시 대응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대책을 선도해왔다고 강조한다. 기자가 보기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듣고 싶은 말도 아니다. 어린 딸 때문에 미세먼지에 민감하다는 회사원 A 씨(37)는 “서울시장이 ‘다른 지역보다 서울시는 이렇게 잘하고 있어’라고 자화자찬하기보다 청와대를 향해 ‘미세먼지 대응 빨리, 제대로 하자’고 강하게 촉구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도 자화자찬에 호응이 적다는 걸 알지만 정책이 잘 알려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관료의 답답함보다는 시민 마음 헤아리는 게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애써 만든 정책이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한우신 사회부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