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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의 業]〈16〉‘직업학’을 아시나요

입력 | 2019-03-15 03:00:00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직업학 박사’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쓰다 보니 직업학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까운 친구들은 ‘작업학’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직업학과라는 이름의 학과가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대 한 곳뿐이고, 그나마 학부는 없고 석·박사과정만 있으니 궁금할 만도 하다.

직업학은 좀 생소하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직업과 관련돼 있다. 하루 종일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가만히 뜯어보면 대부분 직업에 관한 얘기다. 학생들의 성적과 진로 고민, 직장인들의 바쁜 회사 생활, 실업과 퇴직의 아픔…. 배 속의 아이를 어떤 인물로 키울까 하는 생각부터 노후 대책까지, 어느덧 ‘요람에서 무덤까지’ 직업은 우리 생활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직업에 대한 고민은 두 가지다. 첫째는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고, 둘째는 직업 활동을 하면서 겪는 각종 ‘갈등의 문제’이다. 직업학은 이러한 개인들의 선택과 갈등 상황을 풀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다. 사람들 개개인을 위한다는 점에서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HR(Human Resources·인적 자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영학에서는 사람을 물적 자원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가치(이익)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적 자원으로 이해한다. 조직 발전을 위해 사람(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하는가가 쟁점이다.

사람을 위한 직업학은 그래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거나 직업 생활을 하며 겪는 갈등을 풀어주는 직업상담 기법, 이를 위한 각종 직업정보 수집 및 활용법, 직업의 역사와 미래 직업세계 예측, 올바른 직업관과 직업윤리,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핵심 연구과제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에 대한 연구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관심이 이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본질적인 질문인 ‘직업’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직업학에선 크게 ‘경제적인 수익, 사회적인 관계, 자아실현’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일을 직업으로 본다. 결국 좋은 직업이란, 돈만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사회를 잘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자기가 잘할 수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절한 돈을 버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영어로도 직업은 ‘job’, ‘occupation’ 등 실무적인 일이나 직무 개념보다는, 소명을 실천한다는 의미인 ‘vocation’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물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매춘이나 마약상의 경우 법으로 허용된 나라에서는 직업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법으로 금지돼 있어 직업이라고 할 수 없다.

직업학 전공자들은 정부, 학교, 민간 분야에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진로 상담을 하거나 헤드헌터처럼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친한 의사나 변호사를 알고 있으면 사는 데 편리하듯, 주변에 직업학 전공자 한 명쯤 잘 사귀어 두면 평생 지속되는 직업 고민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