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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각국 지도자들, 외교관 제치고 트럼프와 직접 소통”

입력 | 2019-03-15 13:10:00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정책 결정 파악하는 수단"
"보좌관들, 정상간 개인 대화로 인한 혼선 우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미국의 공식 입장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미국 외교관들과 접촉하기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낫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외 지도자들이 갈수록 미국 외교의 표준 의전과 정부 절차를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WSJ 기사의 주요내용이다.

“전현직 당국자, 동맹국 및 외교정책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민한 외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려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이나 당국자들을 거치지 않고 직접 트럼프와 대화하는 국가 수반들이다. 많은 경우 이 방식이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파악하는 가장 직접적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대외 문제에 관한 모호성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대화가 정부내 혼선을 야기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종종 고위 당국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게 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되짚어 봐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지지자들은 과거 사업경험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협상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알려줬다고 미국 및 외국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들은 골치 아픈 관료들을 거쳐야 하고 보안 절차가 뒤따르는 공식 통화 대신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외교관 출신인 로버트 대닌 하바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 외교관계위원회 연구원은 ”이쯤이면 외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이외에 누구도 권위 있는 발언을 할 수 없으며 교섭 담당자들이 현재의 대통령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강력한 개인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주석과 나는 무역과 그밖의 많은 문제들에서 위대한 두 나라 사이에 매우 긍정적인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라고 썼다.

그러나 지난달 북미정상회담 실패 뒤에는 미중간 무역협상이 예전의 전통적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측이 정상간 만남이 엉망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양국 최고위 보좌관들이 이달말 플로리다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정상회담에 대비해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 외국 정부 지도자들과의 대화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표준적인 대화록 작성을 하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 대화록을 정부 기관들에게 회람해 최근 대화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보좌관들은 취임 당시 외교 정책 문외한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거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에 대해 외국 지도자들에게 적절한 입장을 지키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지난해 7월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기관들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매우 강력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정보기관들을 신뢰한다면서 이 발언을 번복했다.

백악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당국자는 대통령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과 자기 개인 전화로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고 전한다. 이 당국자는 ”대통령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어떤 합의를 했는지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터키와 미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때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당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문제로 터키측과 대립하고 있을 때였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직접 듣기를 원했고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직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미 당국자가 밝혔다.

터키 당국자는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하는지 두고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최고의 대변인이라면서 단일한 공공 메시지를 제시하는 정부 능력이 모자란다고 비판한다.

대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이외의 발언을 하길 원하는지조차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협상 기술“을 외교에 적용하는 것에 박수를 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이끌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고 느끼면 북한과 이란 지도자를 포함해 누구라도 만날수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대일 대화로 국제 협상을 규정하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길 선호한다고 트럼프 사고방식을 잘 아는 사람들이 전한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과 처음 만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회담이 성공할 지를 ”1분 안에 알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 감, 내 느낌이다. 그것이 내 방식“이라는 것이다.

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외교관들을 회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 관계를 제안하는 편지들을 직접 보냈었다.

그중 한 편지에서 김위원장은 양국간 오랜 갈등을 두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편지 내용을 아는 몇 사람들이 전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하기 좋은 상대이며 하위 수준의 대화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노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은 다음날 공동합의 서명식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회담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보좌관들로 하여금 일을 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철군명령은 미국의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이었으며 백악관과 의회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해 6월에는 트위도 캐나다 총리와 무역에 관한 설전을 벌인 뒤 백악관 당국자들이 기자들에게 이미 초안을 보낸 G7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과거 공화당 정부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했던 리처드 하스는 ”외교장관들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판독과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어찌할 줄 모른다. 대사들과 외교 장관들에게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외국 당국자들은 대통령 내각과 진행중인 대화가 ”현실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트럼프 정부에서 일했던 전 당국자가 말했다.

그들은 ”TV에 나오거나 트위터에 나온 것과 고위 보좌관이 한 말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어떤 경우, 외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수의 정부 및 외국 당국자들이 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위원장과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한다고 밝혀 의원들이 그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전의 대통령들은 일대일 대화를 관계를 형성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과 1985년부터 1988년 사이 네차례 만났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나는 양국 사이의 불신의 장벽을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을 믿었다. 우리는 지구상 가장 강력한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에 개인적 친분을 쌓아야 했다“고 썼다.

조지 W. 부시 전 태통령은 2001년 11월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으며 2007년에는 메인주 가족 별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한 때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모터보트를 타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보좌관들은 회담장에서 나왔으며 두 사람만이 단독으로 비공식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보좌관들은 두 사람이 20분이 지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은 것에 이유를 궁금해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메르켈 총리를 백악관 구경을 시켰다고, 두 사람 대화 내용을 전해들은 사람이 밝혔다. ”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