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부상 "美 하노이 회담서 황금 같은 기회 날려" 제재 고삐 조이는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 의지 표명 김정은 신년사서 밝힌 '새로운 길 모색' 경고 재강조 김정은 조만간 내놓을 성명이 비핵화 향방 핵심 관건 "대화 여지는 남겨…4월 최고인민회의까지가 고비" "협상 판을 흔들되 깨지는 않고 대응 수위 조절할 듯"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발언 의도와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외신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또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번에 황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이라고 주장해 회담 결렬 탓을 미국으로 돌렸다.
최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눈을 부릅뜨고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의 술책에 놀아날 가능성이 있다’, ‘당초 미국의 비핵화엔 생화학무기가 포함돼 있었다’ 등의 강성 발언을 연일 쏟아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4일 오후 (현지시간) 뉴욕의 주유엔 미국대표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5개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때까지 제재 유지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상의 발언은 미국이 압박을 지속할 경우 김 위원장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미국이 압박을 지속하면 핵·미사일 시험 재개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북한도 계속 밀릴 수 없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 압박하면 새로운 길을 갈수 있다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상의 발언은 곧 북한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철회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최 부상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고, 단시일 안에 김 위원장이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김 위원장이 내놓을 북한의 추가 행동을 담은 공식 성명이 북미 대화와 비핵화 협상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내놓을 성명에는 미국이 계속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 경우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유예 철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미국 측에 공을 넘기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재개를 결정하거나 협상 판을 깨지는 않은 채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조건을 붙이거나 가능성으로 언급함으로써 대화를 이어갈 여지는 남겨둘 것”이라며 “북미 대화는 이어가겠지만 미국에서 나오는 (입장 표명) 수위에 따라 맞받아 칠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고 수용할 수 없다,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이 여전히 판을 흔들려는 생각은 하지만 판을 깨려는 생각은 안 할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차이가 있고 서로 간에 카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니까 보여줄 수 있는 행동, 말의 형식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북미 간 협상 진전이 없고 기싸움이 이어질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4월 초 최고인민회의 개막에 맞춰 성명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교수는 “비핵화 협상 파기까지 포함한 새로운 길 모색의 가능성을 높이는 형태로 성명이 나올 수 있다. 4월까지가 고비”라면서 “4월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가 열리는데 그때 즈음에 북한이 위성을 쏠 가능성은 있지만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