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양서 외신기자·외교관 상대 기자회견 작년에도 나섰던 崔…“미국 강경흐름에 브레이크”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 흐름이 계속되자 북한도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선봉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맡았다.
AP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와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요구에 타협하거나, 이런 식의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회담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이런 열차여행을 또 해야 하지?’라고 말했다”며 “나는 깡패 같은 미국의 태도가 결국 상황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최 부상은 “”미국은 지난달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며 ”미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느라 바빠서 성과를 낼 진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시험·발사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유지할지 말지는 김 위원장이 결정할 일이라며 조만간 공식 성명을 통한 김 위원장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계속 상응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다시 시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그동안 힘 줘 선전해온 외교 성과여서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김 위원장의 성명 발표에 앞서 최 부상이 평양에서 이례적인 외신 기자회견을 연 것은 미국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판을 뒤집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외신 기자들과 외교관들을 초청한 것은 우호적인 국제사회 여론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 부상이 대미 기싸움의 선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24일 최 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최 부상은 ‘리비아식 비핵화’를 언급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로 칭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라고 비난했는데, 이것이 도화선이 돼 예정됐던 1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시 취소됐다가 복원되기도 했다.
최 부상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당일에도 자정쯤 리용호 외무상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 전 ‘독설가’ 역할을 맡았던 최 부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가 얼어붙고 양국 간 힘겨루기가 시작되자 다시 한 번 악역을 맡는 게 아니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