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서/신승철 지음/136쪽·1만 원·예술가

‘…입을 다문 채,/나에게 조용히 타이르듯 나는 말한다//모든 분별로부터/나는 스스로 내려지게 될 거라고//내 어깨 위에 있던 수고로운 짐도/나와 무관하게 스스로 내려질 거라고’(거울 속에서1)
전생의 기억, 고통의 순간, 자신의 죽음마저도 제3자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시인의 사유는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거침없이 내달린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고행의 과정 하나하나에 시어가 맺혔다. 집요한 사유의 끝에 시인이 마주한 건 비움을 통한 무(無)인지 모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