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s of Swing’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음 간주에서는 똑같은 푸념을 삼도화음으로(‘삐꾸’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쳐서) 심화시킨 후 ‘미레도, 미 미레, 솔라시플랫시?(그런데 왜 내가 윗세대의 잘못을 책임져야 해?)’라는 소심한 분노를 터뜨립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제게는 록음악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받는 기타 리프가 그렇게 들렸습니다.
레드 제플린이나 AC/DC의 “이 빌어먹을 세상을 다 바꿔버리자”는 고함이나, 영국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 리더 마크 노플러의 “어두운 빗속에서 덜덜 떨다 우연히 들어간 술집의 엉성한 스윙 밴드에서 내 삶을 직시한다”는 주절거림이 제 마음을 대변해 준다고 느낄 때부터 제 삶이 주류에 속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기에서 저는 이 시대의 아이들, 저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 없어 보이는, 부모와 같은 수준의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기에 무력해진. 당시의 노플러나 결국 사라져 갔을 ‘스윙의 제왕들’과 비슷한.
그리고 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사용하실 수 있을까 싶어 적어봅니다.
1.스윙은 좋은 음악이란다. 아빤 스윙보단 포크와 로큰롤이 더 좋았고, 다행히 아빠가 살던 세상도 그런 걸 필요로 했어. 하지만 너희들의 세상은 무엇을 필요로 할지 모르겠구나. 옛 틀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심했다면 아주 열심히 해야 해. 그래야 잘할 수 있으니까.
2.냉면을 먹을 때 계란 먼저 먹지 마. 냉면은 면과 육수 맛의 균형을 즐기기 위해서 먹는 거잖아? 과정이 중요해. 과정에 충실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냉면이 싫으면 다른 것을 먹어.
4.단 한 번 사는 인생, “우리가 최고야!”라는 스웨그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니? 스웨그를 할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짧단다. 젊은 시기의 스웨그는 죄악이 아니라 축복이야.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니까.
5.마지막으로 ‘우리(We)’를 잃지 마.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없으면 스윙도, 의미도 없는 거란다. 그리고 아빠에겐 내 생명보다 너희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줘. 너희들도 너희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