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마라톤 조사…“청탁한 것 없다” 혐의 모두부인 ‘버닝썬-경찰’ 유착 고리 전직 경찰관도 추가 조사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3.16/뉴스1 © News1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정준영(30) 등과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 FT아일랜드의 전 멤버 가수 최종훈(29)이 16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승리와 정준영을 비롯해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34)와 전직 클럽 아레나 직원 김모씨 등 4명이 14일 16시간~21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는 등 ‘승리 단톡방’ 일원들이 연일 고강도 밤샘 조사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최씨는 이날(16일) 오전 9시59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17일 오전 6시45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20시간45분에 걸친 고강도 조사였다.
다소 지친 기색으로 나온 최씨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최씨는 “경찰청탁 의혹과 관련해 부인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냐”고 묻자 “경찰에 진술했다”고만 답하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모 총경과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는 “저와 관계 없다”고 잘라 답했다. 음주운전 보도를 무마하는 대가로 얼마를 받았냐는 물음에 “아닙니다”라고 거듭 경찰 유착 관련 부분을 부인했다.
이어 “음주운전 말고 다른 청탁을 한 게 있냐”고 묻자 “아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불법촬영물을 다른 카카오톡 대화방에도 유포했냐는 물음에는 “아닙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계속해서 “생일축하 메시지를 누구에게 받은 것이냐”라는 물음이 이어졌지만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 몸을 실었다.
불법촬영 혐의와 관련해서 ‘성관계 동영상 유포한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최씨는 “죄송하다”고 답했다.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묻자 재차 “죄송하다”고 답하며 불법촬영 사실은 인정하는 태도였다.
다만 이때도 ‘음주운전 보도 무마를 청탁한 사실을 인정하냐’고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흐렸다.
‘버닝썬 유착 중간고리’로 알려진 전직 경찰관 강 모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최씨는 승리와 정준영 등과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잠이 든 여성의 사진이나 성관계 동영상 등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다.
이 같은 혐의와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를 받았던 최씨는 최근 경찰에 정식 입건돼 이날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보도되자 최씨는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도를 통해 제가 참여한 단톡방의 대화들을 마주했을 때 너무나 괴로웠고 부끄러웠다”며 제기된 의혹을 시인하고 FT아일랜드 탈퇴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최씨는 지난 2016년 음주단속에 적발돼 벌금형 처분을 받았지만 대화방 참여자가 경찰 내 고위층에게 부탁해 언론 보도를 무마했다는 ‘경찰관 유착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6년 2월21일 이태원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돼 벌금 250만원,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았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97%였다.
이날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경위를 묻는 한편 실제로 경찰관에게 부탁해 음주운전 보도를 무마하는 등 유착관계나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출발지였던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돼 15일 구속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도 이날 광수대에 나와 추가 조사를 받았다.
강씨는 버닝썬 내 미성년자 출입·음주 사건을 무마하고 영업정지를 피할 수 있게 ‘봐주기 수사’를 도와준 대가로 클럽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관련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경찰관 유착 의혹의 당사자이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경찰청 소속 윤 총경도 15일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유씨와 함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는 등 친분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은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16일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서울=뉴스1)